경기 김포 및 인천 검단 지역의 거센 반발로 촉발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변경 요구에 서울의 한강 이남 자치구까지 가세했다.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에 국토교통부는 당초 경기 김포~부천에 한정했던 GTX-D 노선을 서울 여의도‧용산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김포‧검단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강남을 경유하는 경기도안(김포~사당~강남~강동~하남, 약 65㎞)을 고수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20일 종로구청에서 정기회의를 열어 GTX-D 노선 서울 연장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동진(도봉구청장) 구청장협의회장은 “노선의 문제, 경유 위치 등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서울 연장에 공감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GTX-D 노선 연장을 요청한 9개 구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선 연장을 주장한 자치구는 강동·구로·금천·관악·강서·동작·마포·서대문·양천구로 대부분 한강 남쪽에 위치해 있다. 이들 자치구는 강동구와 경기도 용역 결과를 근거로 △GTX-D 예상사업비는 국토부 공청회에서 공개된 10조 원보다 적은 5조9,000억 원이고 △3개 대안의 비용 대비 효과(B/C)도 1 이상으로 경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포화 상태인 서울 지하철 강남구간(사당~잠실) 수요를 분산하고 △대규모 택지개발·재건축으로 대중교통 수요가 폭증하는 김포‧강동‧하남권의 광역교통수단 공급을 들어 서울 구간 경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정하영 김포시장과 장덕천 부천시장, 김상호 하남시장, 이정훈 서울 강동구청장도 ‘GTX-D 원안 사수·서울 5호선(김포한강선)김포 연장’ 공동입장문을 내고 “GTX-D 노선은 원안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추진 중인 GTX-A·B·C 노선은 모두 수도권을 남북 또는 대각선으로 잇는 노선으로 수도권 인구의 77%가 수혜지역에 해당된다”며 “GTX-D는 수도권 서부권과 동부권을 잇는 노선으로 운영돼야만 수도권 전체가 차별 없는 서울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김포‧검단 등 지역사회도 정부를 적극 압박하고 있다. 김포검단시민연대와 원도심총연합회, 한강신도시총연합회, 김포시대 공동대표, 금빛누리 및 수변단지연합회는 오는 28일 GTX-D 김포~하남 직결을 요구하는 ‘청와대 돌격’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들 단체 소속 9명은 청와대 앞에서 단체 삭발식도 예고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 역시 적지 않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국가기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 타당성”이라며 “다양한 방법은 제쳐두고 무조건 강남 직결을 요구하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지자체가 제안한 GTX-D 노선은 재정투자비가 10조 원 가까이 들 정도로 길고, 기존 노선과 유사한 지역을 통과해 사업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노선 연장을 요구하는 지자체끼리 갈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 교수는 "서울 자치구들이 구체적 노선과 경유지를 추후 논의한다고 했는데 이 과정에서 경유역 유치 경쟁이 가열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우여곡절 끝에 결론을 내도 김포‧검단 등이 주장하는 경기도안과 다를 경우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정부 발표대로 김포-부천 노선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위할 때마다 원하는 것을 쥐여 주면 모든 이들이 시위 투쟁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달 국토부가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발표한 GTX-D 노선(김포~부천)은 다음 달 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