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올림픽 예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일정과 관련해 ‘정부가 리그 일정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홍 감독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1 1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의 각오를 듣는 자리였지만 대표팀 일정에 대한 홍 감독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렸다. 울산에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차출 자원들이 워낙 많아 리그 경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엔 울산 소속 선수가 7명이나 차출됐다.
홍 감독은 ‘대표팀 명단과 향후 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표팀 차출은 규정대로 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하지만 백신 일정에 대해서는 뼈있는 말을 이어갔다.
홍 감독은 “27일 올림픽 대표팀 후보군들이 백신 2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걸 어제 통보 받았다. 우리는 26일 FA컵을 치르고 2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를 치른다. 29일 이후엔 충분한 휴식기가 있는데, 27일에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일정이 조금은 아쉽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6명의 선수가 접종을 해야 한다. 모두 현재 주전으로 활용되고 있는 선수들이다. 백신을 맞고 난 뒤엔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데, 그러면 우리는 29일 경기에 주전 6명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감독은 “물론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야 하는 건 맞다. 다만 이 어려움을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경기를 앞둔) 27일이 아닌 다른 날에 접종을 할 수는 없었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홍 감독은 오는 22일 포항전에 대해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경기력은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경기다. 홈 팬이 즐거워할 경기를 보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동해안더비를 하고 나면 다음 경기에 여파가 항상 있더라. 동해안더비 이후 FA컵이 있지만 총력전을 해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과 포항은 지난 3월 첫 맞대결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22세 이하(U-22) 자원인 김민준(울산)과 송민규(포항)가 모두 골 맛을 봤다. 올해 프로에 데뷔한 울산 유스 출신 김민준은 전날 전북전 선제골을 포함해 현재까지 리그에서 4골을 넣었다. 지난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송민규는 올 시즌 6골로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홍 감독과 김 감독은 상대 팀의 젊은 자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송민규는 U-22 실력을 넘어선 선수 같다. U-22 카드가 아니라 포항 공격의 큰 축을 담당한다. 장래성까지 있으니 한국 축구를 위해 좋은 재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김민준은 당돌한 거 같다. 소극적이기보단 과감한 플레이를 즐기는 거 같다. 위축되는 거보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