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잦아진 충돌, 올해만 다섯 번째... 성주 사드 기지선 무슨 일이

입력
2021.05.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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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년간 5회이던 장비 반출·입 작전
올해 5개월도 안 돼 5회나… 정부 입장 변화?
국방부 "생필품 반입·생활시설 리모델링" 설명

한미정상회담(21일)을 코앞에 둔 18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앞에선 나흘 만에 또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정부당국과 사드 반대 측이 기지 내 물자 반입을 놓고 충돌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3주 사이 세 번째, 올해 들어선 다섯 번째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지 물자 반입이 5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증한 빈도다. 성주 사드기지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국방부와 미군 측은 18일 오전 경찰 호위 아래 차량 30여 대를 성주 사드 기지에 들여보냈다. 차량엔 생수와 식자재 등 생필품과 숙소 리모델링에 필요한 자재가 실려 있었다. 일부 차량엔 공사 인부들도 타고 있었다.

국방부 측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 중인 한미 장병들의 기본권과 인권 보장을 위한 시설공사를 위해 필요한 장비와 자재, 그리고 급식부대 생활물자 반입을 위한 것”이라며 “한미 장병들의 기본생활여건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올해 들어서만 1월 22일, 2월 25일, 4월 28일, 지난 14일 사드 기지에 생필품과 기지환경 개선을 위한 장비를 반입한 바 있다.

지난 4년간 그랬던 것처럼 이날도 장비 반입은 순조롭지 않았다.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 등 30여 명은 오전 6시쯤부터 기지로 들어가는 마을회관 앞에서 길을 막고 농성했다. 오전 4시쯤부터 현장에 대기하던 경찰은 6시 30분쯤부터 해산을 시작, 30분 만에 마무리했다.

1,400여 명이나 되는 경찰이 30여 명밖에 안 되는 주민을 해산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대책위가 만든 ‘신무기’인 철제 격자형 구조물 탓이다. 농성자들이 격자 안에 들어가 드러눕는 바람에 매번 해산시키는 데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날 부상자는 없었다.

올 들어 양측의 충돌이 늘어난 것은 왜일까. 갈등의 시작은 2016년 7월 성산면 성산포대를 후보지로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지역에선 직진성이 생명인 레이더파의 특성을 무시한 채 ‘사드참외’와 같은 선동적인 구호가 난무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4월 골프장부지인 현 기지에 포대가 설치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드기지는 ‘임시 배치’ 상태다. ‘일반환경영향평가’를 끝내야 본격적인 기지공사를 할 수 있는데, 정부는 아직 시작도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환경영향평가 전 기지공사는 불법”이라며 식자재 등 단순 생필품 수송이 아닌 기지공사나 성능 업그레이드를 위한 ‘장비’ 반출·입은 막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성주 사드기지엔 미사일 발사대 6기와 레이더, 발전기 등으로 구성된 사드 포대 1개가 배치돼 있다. 포대 운용 관리와 기지경비를 맡은 한미 장병 4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많은 장병이 생활하는 시설이 임시 시설이다 보니 생활 환경은 극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반 천막생활은 면했다지만 대부분의 장병이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한다. 정화조도 설치할 수 없어 오·폐수를 모아두었다가 몇 달에 한 번씩 들어오는 차량에 실어 내보내곤 했다. 한 번씩 드나들 때마다 1,00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되고, 가끔 ‘부상’자도 발생했다.

국방부는 더는 이대로 방치할 수 없어 기지 내 생활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장비와 자재 반입이 최근 잦아졌다는 것이다. 당분간 ‘수시’로 드나들겠다는 방침을 관계기관에 통지했다. 반대 측과 마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이나 미군 측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사회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환경영향평가는 물 건너갔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1년 걸리는 평가를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현 정부가 뜨거운 감자가 된 사드기지 환경영향평가를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을까 의심하고 있다. 당초 약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이 지지부진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성주지역 한 주민은 "사드기지가 불가피하다면 하루빨리 후속 행정조치를 밟아 반복되는 충돌을 종식해야 한다"며 "배치 당시 약속한 지역사회 지원사업도 차질 없이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주= 정광진 기자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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