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1일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구 주자 간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으로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거친 발언까지 동원한 감정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당 내부에서도 점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공식선언했거나 예정중인 인사 10명 중에는 주호영 조경태(이상 5선) 의원과 홍문표(4선) 조해진 윤영석(이상 3선), 원외 나경원 전 의원과 신상진 전 의원이 중진급 이상 당권주자로 분류된다. 초선급 중에서는 원내 김웅 김은혜 의원과 원외 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있다.
신구주자간 신경전이 거세진 이유는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이 있다. 지난 15, 16일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7.7%, 나 전 의원은 16.5%였고, 주 의원 10.4%, 김웅 의원 8.2%였다. 중진급 출마자들이 많지만 초선급들이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결과다.
중진급인 홍문표 의원은 18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 경험이) 2년도 안 된 초선 당대표는 현실성이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겠다고 한 이 전 최고위원 발언을 두고는 "부끄럽고 창피한 얘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초선 주자인 김은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진급 주자들을 겨냥했다. 나 전 의원 당권 출마에 대해 "중진 그룹 인재 풀이 고갈됐다는 방증"이라고 했고, 주 의원에 대해서는 "경험을 강조하는 분이 위기 타개책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내놓으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전날 "경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언행으로 개인과 당의 이미지가 손상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후보 간 '비방전'이 전개됐다.
주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간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주 의원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여성을 겨냥한 반인륜적 사건이었다"며 "단지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슬픔"이라고 남겼다. 그러면서 "페미니즘, 이대남(20대 남성), 이대녀(20대 여성), 성별 대립… 우리 모두가 서로를 지켜주고 존중해야 하는 대한민국 구성원들"이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반페미니즘 논란에 서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은 곧장 페이스북에 수학이나 논리학 등에서 증명을 끝낸 뒤 붙이는 'Q.E.D.(증명 종료)'라는 글을 올렸다. 주 의원이 여성을 옹호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취지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당권주자 간 갈등이 이어지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대표 후보들은) 정권교체의 절박감보다 내부 소총전의 묘미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말꼬리 잡기와 노이즈 마케팅이 표심을 좌우하는 저급한 선거가 되는 것은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이나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