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상금 50억원 달성 셀프 선물?…국내여행 한 바퀴”

입력
2021.05.20 04:30
21면

장하나(29)는 느긋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최초의 누적 상금 50억 원 달성이란 새 역사를 눈 앞에 둔 터라 기록이 언제 세워질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지만, 시즌 초반 부상 악재에 쉬고 돌아온 그는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19일 기준 KLPGA 투어 누적 상금 49억2,829만 원을 기록 중인 장하나가 누적상금 50억 원을 넘기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우승 한 방’이다. 본인은 물론 역사적인 기록을 기다리는 이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장하나는 그러나 최근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 번에 50억 원을 넘기면 좋지만, 시즌을 꾸준히 치르다 보면 채울 수 있는 목표”라면서 “우승 ‘입질’이 계속 오고 있으니 언젠간 확실히 낚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일찌감치 깨달은 모습이었다. 장하나는 이번 시즌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이소미(22)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 대회인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선 박민지(23)와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2위에 머물렀다. 두 대회 준우승을 거둔 장하나는 그러나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고질적인 발목부상이 도져 기권한 뒤 다음 대회인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을 건너 뛰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최근 모습을 드러낸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10위로 건재함을 과시한 그는 “오른쪽 발목 부상은 올해까지 8년째 계속됐다”며 “당장 완벽하게 치료할 순 없는 부상이지만 충분히 회복하면서 남은 대회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로 프로 12년차를 맞은 그는 “이젠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나이”라면서 “월요일엔 확실히 쉬어주고 내 스스로를 컨트롤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누적 상금 50억 원 돌파 목표가 부담으로 다가오는지를 묻자 그는 “기록은 따라오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모든 대회에서 꾸준히 잘 하는 게 내 기본적인 목표이기에 남은 20여개의 대회에서 하나만 우승하자는 생각으로 차근히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올해에만 3개 대회에서 1억7,440만 원의 상금을 쌓은 장하나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우승 없이도 조만간 거뜬히 이룰 수 있는 목표다.

그 큰 상금을 쌓으면 어디에 쓸 계획일까. 장하나는 “상금은 아직 부모님이 관리하신다”라며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자면, 시즌 후 자동차로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투어 생활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정작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 탓이다. 장하나는 “상금 규모에 비해 소박한 꿈처럼 보이지만, 겨울엔 전지 훈련을, 나머지 계절엔 투어를 치르는 그에겐 꽤나 큰 목표”라면서 “친구들과 한강에서 ‘치맥(치킨에 맥주)’을 즐기는 것도 꿈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장하나는 이날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조별리그 1차전에서 윤다현(20)과 맞붙어 16번 홀까지 3개 홀을 앞서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형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