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충돌 사태를 중재하려 한 자리에 모였으나 빈 손 합의로 끝났다. 당사자들은 각자 입장만 내세웠고, 특히 ‘이스라엘 감싸기’로 일관한 미국 탓에 중재 노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이ㆍ팔 간 충돌 중단 방안을 모색할 목적으로 첫 화상 공개회의를 열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는) 처참한 일”이라며 양측에 즉각적인 무력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ㆍ팔은 협상 여지를 남기지 않고 각자의 주장만 되뇌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국제법에 엄격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리야드 알말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외무장관은 “각국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거론할 때마다 (이스라엘은) 잠자는 가족 전체를 계속 살해할 만큼 대담해진다”며 미국 등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서방 국가들을 비판했다.
중국은 이ㆍ팔 충돌도 미국을 비난하는 소재로 삼았다. 5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감스럽게도 한 국가의 반대로 안보리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책임감을 갖기를, 공정한 입장을 취하기를, 긴장 완화에 있어 국제사회 대부분과 함께 안보리를 지지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앞서 샤메흐무드 쿠레스 파키스탄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10,12일 두 차례 열린 안보리 비공개회의에서 중국이 제시한 공동성명 초안 채택이 불발된 것도 미국의 반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양측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에 치우친 게 사실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재차 지지한 바 있다. 다만 안보리 회의에서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주재 미 대사는 “미국은 외교 채널로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이ㆍ팔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동등하게 갖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엔과 별도로 주변국인 이집트, 카타르 등도 중재를 시도하고 있으나, 충돌은 격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180명을 넘었고 이스라엘 측도 1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17일에도 새벽부터 전투기를 대거 동원해 8일째 가자지구 전역을 강도 높게 폭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