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에는 모심기를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겨우내 쉬고 있던 논에 물대기를 하고, 트랙터는 열심히 써레질을 한다. 이를 알아차린 백로 떼가 몰려와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물은 댄 논은 다양한 모양과 빛 반사로 인해 여러 조각으로 완성된 퍼즐처럼 보였다.
해가 지면서 서쪽 하늘이 노을빛에 물들면 논은 이내 황금빛으로 변한다. 이런 풍경을 목도하면 풍년이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농촌의 분위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해를 넘겨도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단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은 서로가 일손을 돕는 품앗이의 전통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뭄과 태풍 등 계절별로 자연재해를 겪었지만 힘을 합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온 힘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황금빛 들녘이 가을이면 '황금빛 나락의 물결'로 바뀌어 근심 어린 농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