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건희 미술관, 북부 반환 공여지에”… 수원  등도 유치전

입력
2021.05.14 10:53
"각종 규제로 피해 입은 북부에 특별한 보상 필요"

전국 곳곳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증한 2만여점의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선 가운데 경기도도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유치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건의문에는 각종 중첩규제로 지역발전에 지장을 받아온 북부 주민을 위해 미군 반환공여지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지난달 이 회장 소유의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 작가의 근대미술 작품 등 2만3,000여점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기증받은 미술품을 국민들이 볼 수 있게 전용공간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도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유치 명분으로 내세웠다. 후보지는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반환이 완료된 의정부, 파주, 동두천 내 미군 공여지 20곳이다. 반환 면적 4,833만㎡ 중 개발 활용 면적이 1,262만㎡에 달한다. 방식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미군 반환공여지에 대한 국가 주도 개발’을 꼽았다.

경기도 관계자는 “미군기지 주변 지역 주민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소음공해 등의 피해를 감내하며 특별한 희생을 해왔기에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국가 주도로 미군 공여구역에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을 설치할 경우 다른 시·도가 민간 자본으로 부지를 확보하는 것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지역(면적 4,266㎢)은 전체가 수도권정비계획법으로 묶여 있고, 이중 42.8%는 팔당특별대책지역·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의 중첩규제로 받고 있다. 도는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유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해당 시·군과 미군공여지 발전종합계획 계획 변경도 협의할 예정이다.

앞서 수원·용인·평택시도 삼성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다. 수원시는 4일 염태영 수원시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를 공식화했다. 향후 후보지 선정과 지역의원과의 협력방안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수원엔 삼성전자 본사와 이 회장이 영면한 삼성가 가족묘역이 위치해 있다.

용인시도 미술관 유치에 팔을 걷어 붙였다. 용인에는 삼성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이 만날 수 있는 호암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호암미술관은 1982년 이병철 회장의 호(號)를 따 건립됐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역시 용인에 있다. 용인시는 향후 구체적인 유치 방안을 마련하고 후보지 물색 등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반도체공장이 위치한 평택시도 유치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방에선 부산, 대구, 광주, 경남 진주·의령, 전남 여수 등이 미술관 유치를 공식화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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