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앗아간 '꿈의 무대'...발레리나 박예은을 일으킨 반려견

입력
2021.05.14 16:00
21면
국립발레단 입단 8년 수석무용수 승급
코로나19로  공연 잇따른 취소에 울상
반려견 '미류' 위로로 코로나 블루 극복


"코로나19로 지난해 발레 공연이 거의 다 취소됐어요. 너무 힘들 때가 많았는데 반려견 '미류' 덕분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32)은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블루'(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우울감을 겪는 현상)를 극복하는 데 반려견 미류가 큰 도움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그는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차세대 발레스타로 떠올랐다.

박예은은 전 호암아트홀 무대감독인 부친의 영향으로 발레 공연을 접하면서 다섯 살 때 발레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발레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유학이나 해외 콩쿠르 경험은 없지만 2012년 국립발레단 준단원, 2014년 정단원, 2015년 드미 솔리스트, 2016년 솔리스트 승급을 차례차례 거쳐 모든 무용수의 꿈인 수석무용수 자리까지 올랐다.


박예은은 어렵게 수석무용수가 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원하던 무대에 설 수 없게 되면서 고민이 커졌다. 그는 "하루 10시간씩 연습하고 준비했던 공연들이 끝에 가서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며 "재택이 늘면서 몸이 많이 망가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운동을 위한 외출도 허용되지 않아 집에서 식탁과 벽을 잡고 연습해야 했다.

이때 박예은에게 힘이 된 건 반려견 '미류'다. 그는 "힘들 때마다 옆에 와서 핥아주고 안겨 있는 미류가 너무 고마웠다"며 "사실 미류가 뭘 해주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얻은 것도 있다고 한다. "미류와 부모님과 같이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기간이 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추억을 많이 만들게 됐다"며 "가족과 외출장소를 정할 때도 미류가 갈 수 있는 곳인지를 가장 먼저 따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미도 발레'라며 발레밖에 모르던 박예은은 미류 덕에 발레 외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다. 바로 유기동물 돕기다. 그는 미류와 함께하며 반려동물 문화, 유기동물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다.

유기동물 돕기에 동참하고자 박예은은 지난달 30일까지 운동복편집매장 니사라트와 유기동물을 위한 기부 캠페인 '평생 안아줄개'를 진행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캠페인 관련 글이 1,000건이 넘으면 니사라트와 박예은이 각각 500만 원씩을 동물권행동단체 카라에 기부하는 방식이었는데, 참여자들의 호응으로 금세 달성했다.

박예은은 캠페인 홍보를 위한 촬영 당시 함께한 '튜나'의 사연도 소개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한 남성이 유기견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네 마리를 기르기 시작했지만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아 4년 만에 100마리까지 늘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 튜나는 지난해 여름 이곳에서 구조됐고 지금은 입양 가족을 찾았다.

박예은은 "많은 분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평생 함께한다는 책임감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며 "나아가 본인이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 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