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전당 ‘상아탑’을 쿠데타 선전 기지로 삼으려던 미얀마 군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군부의 해고 위협에도 대학 교수들은 출근을 거부하며 양심을 지켰다. 군에 줄을 대려는 지식인들도 거의 없다고 한다. 미얀마 사회의 불복종 투쟁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13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8일 시민불복종운동(CDM) 참가를 이유로 무단 결근한 교수 1만1,000여명과 2,000여명의 교직원들을 정직 처분했다. 2만6,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미얀마 대학 교수들의 절반 가까이가 하루 아침에 직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군부는 “11일까지 복귀하면 불문에 부치겠다”면서 계속 이들을 꾀었지만, 복귀한 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우호적인 젊은 지식인들을 동원해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여론 선동에 활용하려던 꼼수도 물거품이 됐다. 미얀마 석ㆍ박사 과정 학생들은 7일 진행된 대학 교수 및 교직원 신규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군은 교수 채용 연령 하한선을 50세 안팎에서 44세까지 낮추고 정년보장 기한을 늘리는 등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역시 지원자는 드물었다. 안식년을 받아 해외에 체류 중인 교수들도 군의 귀국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오히려 대학가는 대규모 정직 사태 이후 단일대오로 굳게 뭉치고 있다. 11,12일 양곤과 만달레이에선 휴학 중인 학생ㆍ교수들이 반(反)군부 공동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또 쿠데타 군이 주둔하는 캠퍼스 입구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낙서와 현수막이 내걸렸다. 양곤의 한 교직원은 “교육자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군의 전투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무장 투쟁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지방의 시민방위군 병사들은 지금까지 개량한 사냥용 엽총 등 빈약한 무기를 들고 진압군에 맞섰으나, 최근 소수민족들이 국민통합정부(NUG)에 합류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반군이 쓰던 AK-47ㆍM16 소총 등이 방위군에 지급됐고, 보강된 화력은 전날 사가잉주(州) 따무 지역에서 진압군 15명을 사살하는 결실로 나타났다. 만달레이에서도 도심 진입을 시도하던 150명의 진압군을 시민군이 막아냈다. 민간인 희생자는 2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