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5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왕십리역 유치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경기도 양주에서 서울을 남북으로 관통해 수원까지 연결하는 이 노선(10개역, 74.8㎞)이 당초 성수주택가 지하를 통과하기로 계획됐다가 왕십리역 지하 경유로 변경돼서다. 국토교통부도 지난해 12월 GTX-C 사업 입찰 공고에서 최대 3개역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구민들은 수도권 최대 환승역인 왕십리역 정차를 요구했고, 구는 구민과 이 노선을 이용할 경기 수원ㆍ양주ㆍ의정부 시민까지 2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해 8월 국토부에 유치 건의문을 냈다. 구는 연구용역도 실시했다. 서울시도 지난 2월 GTX-C 노선의 왕십리역 정차를 정부에 공식 요청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경기 동두천시(동두천역), 안산시(상록수역), 안양시(인덕원역), 의왕시(의왕역) 등도 유치전에 뛰어들어서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완행열차가 된다” “과욕이다”며 왕십리역 정차에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집무실에서 만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환승해 도심 곳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려면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왕십리역 만한 곳이 없다”며 “시와 구가 건설비 50%를 분담해 사업자 부담도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TX-C노선에 왜 왕십리역이 추가로 필요한가?
“4개 노선(2ㆍ5호선, 경의중앙선, 분당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은 연간 1억8,900만 명이 이용한다. 2025년 동북선(상계역~왕십리역) 경전철도 개통한다. 환승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구 연구용역에서 왕십리역 정차 시 비용 대비 편익(B/C)이 1을 넘어(1.05) 경제성도 있다.”
-왕십리역보다 철도 인프라가 열악한 경기 지자체가 우선 아닌가.
“GTX 목적은 ‘수도권에서 도심으로 빠른 이동’이다. 외곽에선 높은 운행속도와 적은 정차횟수로 주행시간을 단축하고, 도심에선 역을 늘려 도심 접근성과 환승 편의에 중점을 둬야 한다. 몇 차례 환승 보다 왕십리역서 한 번만 갈아타는 게 편리하다. 기업이 몰린 명동ㆍ을지로 등 구도심으로 출퇴근하려면 강북에선 실핏줄처럼 연결하는 왕십리역 환승이 최적이다.”
-효율만 중시하면 발전이 더딘 지역은 계속 후순위로 밀린다.
“교통을 지역 균형발전으로 생각하는 것은 서울에서 맞지 않다. 교통은 편의성 증대가 최우선이고, 균형발전은 그 다음이다. 편의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용률이 떨어진다.”
-역이 늘어나 완행 열차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다. 왕십리역 정차 시 추가 소요 시간은 1분 12초에 불과하지만, 시내 주요 거점으로 빠르게 이동 가능힌 편익은 비교가 안 된다. 예컨대 의정부부터 2호선으로 환승하기까지 시간이 26분에서 19분으로 단축돼 목적지까지 도달 시간을 대폭 줄인다. 수원·의정부시장은 왕십리역 정차 찬성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사업비 어떻게 충당하나?
“건설비 전액(1,500억원 추산)를 사업자(건설사)가 감당하기 어려워, 구가 시와 논의해 50%를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시와 구의 상세 분담 비율은 미정이다.”
구는 21일까지 사업신청서를 받는다. 몇몇 건설사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는 사업성 등을 평가한 후 7월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