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사익 사이

입력
2021.05.13 04:30
26면

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최근 한 교원단체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사 2명 중 1명이 원격수업 도중 교권침해 당한 경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본보 기사로 쓰지 않은 이유는 답변의 디테일에 있다.

설문은 교권침해 주체별로 나눠 경험 여부를 물었는데, 교사들은 예상했던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보다 관리자‧교육당국에 의한 교권침해가 많다고 답했다. 더 놀라운 결과는 관리자‧교육당국에게 ‘당했다’는 교권침해 유형인데, 1위가 ‘쌍방향수업 강요’(63.4%‧중복응답)다. 등교중지로 인한 학생‧학부모들의 답답함을 덜어주고자, 사립학교는 다 한다던 쌍방향수업을 교육부는 지난해 2학기가 돼서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하도록 권고했는데 현장에서 ‘더 자주 하자’는 권장을 교사들은 ‘교권침해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위는 잦은 원격수업 지침 변경(44.4%), 3위는 원격수업 플랫폼 오작동(35%)이다. 강요와 잦은 변경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당한’ 교사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이런 식이면 코로나19가 교권침해했다고 우기는 수준의, 학부모 반감만 살 설문이었다.

최근 교원단체들이 내는 요구와 의견 중 이렇게 일반에 반감만 사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 교육을 내세우면서 실상 따져보면 교사 처우 개선 요구가 대부분이라서다.

코로나19 이후 학교 방역을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추자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작년 교원단체들이 요구하고 나서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는데, 저 안이 통과돼 학교 짓고 교사 더 뽑을 때면 백신 개발됐겠다 싶었다. 저출산시대에 정년 보장할 교원 더 뽑자면서, 더 들어갈 혈세 계산조차 하지 않고 법안 발의한 국회의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올 11월이면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맞는데 교원단체들은 여전히 학급당 20명 이하를 요구한다. 사교육비 증가세를 보면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 교육의 질이 나아진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진짜 과밀학급이 몰려있는’ 강남, 신도시는 땅 값이 높아 교사 더 뽑는다 한들 학교 더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에는 고교학점제를 대비해 대학 강의 2년 이상 박사를 기간제 교사로 뽑자는 개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교사 전문성을 훼손하고 질 낮은 교육을 양산한다는 이유인데, 어떤 논리로 대학생 2년 가르친 경험이 한 달 교생실습 한 경험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분 중 일부는 교장자격증 필요 없는 개방형 교장 공모제는 ‘학교 자치에 기여한다’며 늘리자고 우긴다. 미성년을 가르치는 일이라 스승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면, 스쿨미투 고발된 교사 교단퇴출 운동부터 해야 한다. 학부모 반발을 산 교원평가제 폐지 요구, 공수처의 서울시교육감 특채 수사 반발도 각종 이유를 갖다 댔지만 밖에서 보면 우리 편 챙기기다.

이번 주 토요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시대라고 설문조사해봐야 저런 결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요즘 교사가 처우개선 말하고 이익단체 활동한다고 욕할 사람 없다. 솔직하게 교원 이해라고 하면 사회적 이해와 충돌할 때 협상의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자기들 이해가 곧 교육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그게 바로 온 국민이 치를 떨고 있는 내로남불이고, 묵묵히 학생들 가르치는 교사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이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