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다가 4ㆍ7 재ㆍ보궐선거에선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의 표심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양분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이들이 민주당 내 비주류 색채가 강한 이 지사나, 반(反)문재인 정서가 강한 윤 전 총장을 일종의 ‘대체재’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내 서울시당 위원장인 기동민 의원은 지난 1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유권자 대상 집단심층면접(FGI) 보고서’를 당내 의원 전원에게 전달했다. FGI를 수행한 한국리서치는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을 선택한 유권자를 크게 ①잔류그룹(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지지)과 ②이탈그룹(재·보선 투표 불참 혹은 야당 지지)으로 나눴다. 이후 민주당의 선거 패인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등을 물었다.
이탈그룹은 △조국 사태 △검찰개혁 △부동산 정책 실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등을 이유로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들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재인 세력 중심의 ‘전통’ 민주당 지지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어렵다”고 예측했다.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탈그룹 사이에서 이재명 지사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전 총장보단 이 지사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유로는 ①이 지사의 경기도정 성과 ②강단의 리더십 ③친문 진영과의 차별화 등이 꼽혔다. 한 20대 남성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휩쓸리는 느낌인데 이재명 그분은 자기만의 주관이 (강하고) 안 휩쓸리는 이미지가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보기 싫은데, 이재명씨는 약간 다른 면이 있지 않느냐”(20대 남성), “불도저처럼 확 밀고, 아닐 때는 딱 빠지고 그런 거 볼 때 이재명이 제일 낫지 않을까”(30대 남성) 등의 평가도 나왔다.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고, 윤 전 총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사에 대해 “그 사람이 대통령 하면 진짜 무섭겠다는 생각이 든다”(20대 여성), “(기본소득) 정책을 반대한다”(20대 여성)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 같다. 사회주의 느낌이 난다”(30대 여성)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 지사의 강점인 불도저식 추진력이나, 기본소득 같은 급진적 정책이 여성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30 여성 사이에서 이 지사의 대안으로 윤 전 총장이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이) 평범할 것 같은 모범생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정적”(20대 여성), “(윤 전 총장은) 약간 강단이 있고… 이 지사를 너무 싫어하기에 상대적으로 좋다”(30대 여성) 등의 반응이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민주당의 향후 과제로 ‘선(先) 민생, 후(後) 개혁’ 기조를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부동산 정책 등 민생 과제를 우선순위에 놓고 권력기관 개혁은 대선 승리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3.1%는 새해 최우선 국정 과제로 ‘코로나 대응’을 꼽은 바 있다. 이어 집값 안정(19.6%), 권력기관 개혁(17.4%), 일자리 창출(15.3%)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