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실제 대상자는 고소득에 금융자산도 평균 이상"

입력
2021.05.10 17:30
이원재 LAB2050 대표 
"종부세가 정말 힘들다면 집값은 떨어져야 정상"

민간연구소 '랩(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이사하기 어렵고 소득도 없는 1주택자'라는 일각의 프레임과 달리 대부분 고학력, 고소득에 금융자산이 많은 가구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종부세 과세 대상으로 은퇴한 어르신이거나, 소득이 없거나, 세금 때문에 돈이 없어 이사를 못 간다는 주장 등이 있다"며 "평균적으로 보면 1주택자 가구도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가금복 자료에서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연봉이 1억 원 이상인 가구 비중은 46.3%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억 원 이상 가구 비율은 10%다.

또 종부세 대상 1주택자의 평균 금융자산 보유 규모는 3억5,000만 원으로 한국 평균(9,000만 원)보다 높았다.

이 대표는 "현재 신규 종부세 대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집값 9억 원에서 12억 원 사이인데 이 구간에서 종부세는 100만 원 정도 나온다'며 "세금이 많아서 이사를 못 간다는 건 사실이 아닌 셈"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 1주택자의 76%는 수도권 거주 가구이고, 대학원 이상 학력을 지닌 가구주는 20%, 4년제 대학 졸업자까지 합치면 70% 정도 된다. 전 국민 기준으로 대학원 이상 학력 보유자는 1%, 4년제 대졸자는 20% 수준임을 고려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수도권 거주 고학력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지금 보유세가 부담이니 보유세를 완화하자고 하는데, 오히려 보유세를 강화하면 실거주 1주택자에게 유리하게 된다"며 "다주택자가 종부세 부담에 집을 내놓으면 공급은 많아지는 것이니 가격이 떨어지게 되고, 1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꾸로 "보유세를 지금 완화하면 또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집값이 엄청나게 오르게 되고, 1주택자는 종부세를 더 많이 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랩2050의 가금복 자료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자 가운데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로 인식되는 노인층 비율은 23%로, 한국 전체 노인 가구 비중(24%)과 거의 같다. 이 대표는 "노인층의 경우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깎는 게 아니라 연금을 올리는 게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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