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연설...역대 대통령 취임 4주년 어땠나

입력
2021.05.10 16:30
노무현 토론식 기자회견·이명박 작심 일문일답
박근혜, 17차 촛불 집회...퇴진 요구 목소리만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지지율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4년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1년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임기 동안의 주요 과제를 설명하고 각오를 다졌죠.

문 대통령은 이날 "남은 임기 1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할 것"이라며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같은 시점에 국민 앞에서 4년 동안 국정 운영 소회를 털어놓고 비전을 밝혔습니다. 다만 지지율 50~70%대를 기록했던 취임 초반과 달리 마지막 1년을 남겨두고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터라 분위기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죠.

대체로 퇴임을 1년 남겨둔 시점은 권력형 스캔들이 터지며 대통령이 정치권으로부터 부정을 당하거나, 취임 초반의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다른 현실에 국민들도 모든 책임을 현직 대통령 탓으로 돌리며 지지율이 낙하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친인척·측근 비리 없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가장 높은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죠.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4일과 6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해 7일 발표한 결과 긍정평가는 34%, 부정평가는 58%로 나타났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궤적을 밟았던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4주년 표정을 살펴봅니다.

박근혜...탄핵 눈앞에 두고 100만 촛불 '퇴진 요구'

2017년 2월 25일.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이었지만 대통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임기 4년차인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취임 5년차에 들어가기도 전에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에게 국정 운영 권한을 넘기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죠. 초유의 '대통령 탄핵' 직전, 헌법재판소의 탄핵 변론 종결과 특검을 앞둔 때였습니다.

이날은 대통령의 담화 대신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인 데다 낮 기온이 8도까지 올라가는 등 날씨까지 포근해 앞선 집회보다 참석자 규모가 더욱 커져 100만 명이 운집했죠.

정치권에서도 주요 대선 주자와 당 지도부가 일제히 참여해 탄핵 찬반 대치를 펼쳤습니다. 야권은 확실한 탄핵 인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세몰이에 나섰고, 여권 일부는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태극기집회 등 반대 집회에 가담했습니다.

유력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당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집회에 참가해 "경각심을 잊지 않고, 국민의 승리를 위해 모두가 촛불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지지율 조사였던 2016년 12월의 국정 지지율은 5%에불과했습니다.

이명박, 기자회견서 레임덕 정면 돌파 시도

2012년 2월 25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일이었습니다. 임기 마지막 1년을 맞은 당시 이 전 대통령도 '대통령 레임덕 사이클'에서 예외는 아니었죠.

48.7%라는 역대 최대 득표율로 당선된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강부자(강남 땅부자)' 및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인사로 인한 비판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라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처가 사람들 주변에서 비리가 터졌고, 정권 실세들과 청와대 고위 인사들의 부패,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임기 5년차 지지율이 20%대로 급전직하했죠.

당시 친정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잘못된 과거와 깨끗이 단절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고, 야권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무능의 극치" "식물 정부" 등 맹폭을 쏟아내던 시기였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기자들을 만나 작심한 듯 속마음을 쏟아냈습니다.

그는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희망적으로 생각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어지는 세계 경제위기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며 아쉬운 4년 동안 국정 운영 소회를 털어놨죠.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측근 비리에 대해 "내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고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별 다른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임기 초부터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온몸으로 받았던 대통령의 당시 기자회견 역시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죠.

취임 4주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4%였습니다.

노무현, 두 시간 반 답답한 속마음 털어놓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4주년이 이틀 지난 2007년 2월 27일 인터넷 매체들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탄핵사태 등 다사다난한 임기 초반을 보낸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발언 등으로 인한 당청 갈등과 당시 여권의 유력 차기 대권 주자였던 정동영계의 반기 등으로 마지막 1년을 앞두고 국정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한 상태였죠.

임기 1년을 앞둔 노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점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겠다'는 듯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반론을 던지고 질의응답식 기자회견 방식이 아닌 '토론' 방식으로 적극 임했다는 점입니다.

이날 회견은 종료 예정 시간을 1시간 넘겨 끝을 맺었습니다.

임기 내내 언론과 갈등을 겪었던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언론과 마주한 자리에서도 "국민들과 소통하기 어려워 답답하다"며 지난 4년의 애로를 토로했죠.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제가 대통령을 하면서 마음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였다"며 "30년 후에도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속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더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은 제가 하는 일의 취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소통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어요.

그러면서도 "대통령 선거에 관계없이 할 일은 하고 부당하게 공격당하면 반드시 해명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았죠.

당시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것은 '남은 임기에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16%에 불과했습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