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가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실

입력
2021.05.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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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2년 후부터 방류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오염수에 포함된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해 국제 기준치 이하로 낮춘다고 한다.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는 수백 배 희석한 뒤 버리니 문제없고, “한국이나 중국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섞인 물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사실도 있다.

첫째, 현재 원전 부지의 탱크에 저장된 물 중 62개 핵종에 대해 기준치 이하인 물은 3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나머지 70%의 물은 재처리해서 기준치 이하로 낮추겠다지만 이를 신뢰하려면 정보 공개와 제3자의 검증이 필수다.

둘째, 현재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양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해야 영향을 예측할 수 있지만 기준치 이하라는 추상적 표현뿐이다.

셋째, 일반 원전에서 배출하는 물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전의 냉각수인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사고가 나서 녹아 내린 핵연료 잔해를 거쳐 나온 물이란 점이다. 자민당의 야마모토 다쿠(山本拓) 의원은 “지난해 12월 도쿄전력 자료에 따르면 오염수를 ALPS로 2차 처리해도 요오드 129, 세슘 135, 탄소 14 등 12개 핵종이 제거되지 않는다”며 “12개 핵종 중 11개는 일반 원전 냉각수에 포함되지 않는 핵종”이라고 밝혔다.

넷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란 점이다. 환경단체는 반감기를 감안해 오염수를 탱크에 오랜 기간 보관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지하수나 빗물을 막는 공사를 해 오염수가 계속 늘어나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면 굳이 배출할 필요가 없다. 해양 방류는 비용이 적게 들어 선택한 방안일 뿐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 제대로 검증받아 배출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방식은 이웃 국가는 물론 일본 국민조차 기만하는 것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