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청정국'을 주장하는 북한이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내부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그간 '노 마스크(no mask)'를 공식처럼 지켜온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참석 행사에서도 일부 핵심 인사를 뺀 전 참석자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공개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전날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한 사실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서 관람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썼다. 김 위원장 부부 양옆에 자리한 조용원 노동당 비서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참모총장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직전까지 김 위원장이 참석한 ‘1호 행사’ 때마다 전원 '노 마스크'를 고수하며 방역 자신감을 뽐냈지만 이날은 달랐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전 세계적으로 번지면서, 북한도 이를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세계적인 악성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은 모든 부문과 단위에서 비상방역전을 보다 강도 높이 전개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방역규정 준수를 생활의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달로 예상됐던 북중 국경 재개방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코로나19 유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방역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북한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는 지난 7일 위성 사진 분석을 토대로 "북중 무역 관문인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의 기차역에 화물을 수송하는 궤도차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조만간 철도를 통한 교역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북한 당국은 함경북도 회령 등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외부 차량과 사람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지도부가 경제난에 따른 주민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을 다지기 위해 코로나19 방역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들어 부쩍 사상 단속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방역 강화 움직임은 김정은식 '코로나 정치'"라면서 "코로나19 위기감 조성을 통해 주민 불만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양시 주택 1만 가구 건설과 모내기철 농촌 지원 등 대규모 노동력 동원이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레 방역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붐비는 작업 현장에선 거리 두기 준수가 어려운 만큼 개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