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부천선 황당하다” “청주패싱이냐” 4차 철도계획에 '부글부글'

입력
2021.05.0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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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 GTX-D노선 원안사수 서명 돌입
청주주민 "청주 노선만 배제," 규탄 대회


“지역 차별 해소하라.”

8일 경기 김포시 한강중앙공원에선 김포와 인천 검단지역 주민 2,000여 명이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서울과 직결되지 않는 GTX-D 노선 계획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김포 소재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입주민들은 ‘5호선 김포연장, GTX-D 서울 직결 없이 대선은 없다’고 적힌 초대형 현수막을 단지에 내걸었다. 이들 지역민으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주말마다 집단행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2021∼2030년)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철도구축 사업이 축소됐거나 배제된 지역에선 규탄대회가 잇따르고 있다. 그 중심에 선 곳이 김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래의 교통호재와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집값이 크게 오르며 ‘금포’라 불렸지만 이젠 실망매물이 쏟아지며 상승세도 꺾였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포시는 오는 28일까지 GTX-D노선의 경기도 원안과 서울5호선 김포 연장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기도는 김포에서 강남을 지나 하남까지 잇는 68㎞ 길이의 GTX-D 노선을 제시했으나, 이번 국가철도망 계획에선 김포~부천선으로 잠정 확정됐다. 다음 달 그대로 확정고시가 나면 GTX-D 노선은 이대로 정해진다.

시민들의 집단행동뿐만 아니라 정하영 김포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까지도 10일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김포의 교통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2010년 한강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한 뒤 2011년 25만 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47만 명까지 불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그러나 서울로 가는 철도는 2량짜리 경전철인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이 전부다. 그조차도 이미 포화할 대로 포화했다. 출퇴근 시간대 혼잡률(전동차 1량 정원 대비 탑승 인원 비율)은 285%에 달한다. 서울 최고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9호선(237%)을 웃도는 수치다.

인천공항과 김포를 양 기점으로 하는 ‘Y’자 형태의 110㎞ 노선을 제시했던 인천시 역시 이번 GTX-D노선 잠정 결정을 두고 “수도권 내 교통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처사”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Y자 노선은 물론, 서울5호선 검단 연장 등도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서울 강동구는 "김포~부천만 연결하는 노선으론 GTX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며 강동구 경유안 신설을 건의했다.

지역에서도 민심이 들끓고 있다. 충청권 광역철도(대전~세종)에 청주 도심 노선이 배제되자, 이시종 충북지사는 “무늬만 광역철도”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청주도심통과 광역철도 쟁취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주 도심 노선 편성을 요청했고, 한범덕 청주시장은 최근 구청장과 읍·면·동장 대상 긴급 영상회의에서 시민들이 국민청원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독려했다. 전북도도 전주~김천 간 철도, 새만금~목포 철도 등 4개 사업을 국가 중장기종합계획에 포함해 달라고 건의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제기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인 만큼 큰 틀에서 번복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종구 기자
이환직 기자
청주= 한덕동 기자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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