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법 첫 발의...정치권·정부 투자자 보호 시급

입력
2021.05.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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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의 금융위원회 인가나 등록을 의무화한 ‘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이 7일 발의됐다. 무인가 영업 시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공정 거래 부당 이득을 몰수 추징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게 처음이란 점은 의미가 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 규모가 주식 시장을 뛰어넘을 정도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상화폐의 난립과 시세 조작, 불법 해외 송금 등의 부작용과 함께 투자자 피해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감독과 피해자 보호는 사실상 전무하다. 참다못한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투자자보호센터를 만들고 사기 유형 분석에 나설 정도다. 이번 발의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비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가상화폐 광풍이 시작된 게 벌써 3년 전이란 점을 감안하면 ‘뒷북 입법’이란 비판도 피하기 힘들다. 국회 논의를 서둘러 조속한 입법과 시행에 속도를 내는 게 마땅하다. 야당에서도 가상화폐TF를 통해 전방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정부와 금융위원회도 소관 부처를 명확히 한 뒤 가상자산 사업자와 투자자 피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당정의 역할만큼 중앙은행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6일 "가상화폐를 구매한다면 돈을 잃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엄중 경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도 “일부 위험자산들의 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상당한 하락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사실상 버블 붕괴를 예고했다. 반면 우리나라 법정화폐 발행권자이자 통화신용정책과 물가안정의 책임자인 한국은행은 가상화폐 광풍에도 “내재가치가 없다”며 선만 긋고 있다. 좀 더 분명한 입장과 경고를 통해 과열과 거품을 줄이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한국은행 총재의 책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