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아이다호주(州)의 늑대는 미국 내에서 (기준이) 가장 관대한 사냥과 포획 시즌 때문에 극심한 피해를 입어왔다.” (조 핸리 미 야생동물보호그룹)
“늑대가 아이다호에 너무 많다. 그들은 목장주들을 파괴하고 있다.” (마크 해리스 주 상원의원)
미국 야생동물의 천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아이다호주에서 회색늑대 사냥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약 1,500마리에 이르는 늑대를 90%나 줄여 150마리만 남기겠다는 법안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 주지사는 주 상ㆍ하원을 통과한 늑대 사냥 지원 관련 법안에 6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 법의 골자는 주정부가 늑대를 죽일 개인 사업자와 계약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늘리는 내용이다. 전문 사냥꾼을 고용해 늑대 개체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늑대 사냥 방법에 야간에도 볼 수 있는 야시경 장비 사용, 늑대를 손쉽게 쫓아갈 수 있는 스노우모빌과 ATV(모든 지형 운용 가능 차량) 이용, 헬리콥터 탑승 사격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늑대 새끼가 사유지에서 발견되면 죽일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사냥 면허가 있다면 매년 무제한으로 늑대를 잡을 수도 있다. 사냥을 찬성하는 ‘야생을 위한 아이다호’의 스티브 알더는 AP에 “(새 법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늑대를 150마리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늑대 사냥 찬성론자의 논리는 목축업과 사슴, 엘크 등 다른 야생동물 보호다. 반면 늑대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사냥 반대론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다호의 소 250만마리 중 매년 늑대에게 희생되는 숫자는 200마리 안팎에 불과한데도 목축업 보호를 위해 늑대 사냥을 늘리자는 건 근거 부족’이라는 반대 논리도 있다.
아이다호의 늑대 사냥 논란은 역설적이게도 늑대 개체 수 회복 후 벌어진 일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미 전역에 서식하던 회색늑대는 무분별한 포획으로 1930년대 멸종 위기에 처했다. 1974년 멸종위기종보호법을 제정한 미 행정부는 20여년 뒤 늑대 복원 사업에 돌입, 9개 주에서 6,000여마리의 늑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늘어난 늑대가 가축과 사슴 등을 공격해 일부 목장주가 피해를 호소했고 다시 아이다호처럼 늑대 사냥에 나서는 주정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다호에선 이렇게 해서 2년간 벌써 500마리의 늑대가 사냥을 당했다.
의문도 여전하다. 아이다호에서 1,350마리의 늑대를 죽이고 난 뒤 다시 늑대가 멸종할 위기 상황에 처하면 또 보호에 나선다는 얘기일까. 생태계의 자연 원리를 망가뜨린 인간이 또 그들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현실은 정당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