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미국은 먼저 대가를 줄 필요가 없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내면서 2005년 9ㆍ19 공동성명과 2007년 2ㆍ13 합의 등을 이끈 주역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제재 완화 등 '선불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상투적이라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내 놨다.
힐 전 차관보는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제재 완화든 다른 조치든 선불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대가는 협상 테이블에서 찾을 수 있지, 회담 참석에 동의한다고 자진해서 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이어 “바이든 정부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무엇도 지불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시하고자 외교가 모든 참가자의 동의를 전제한다는 점을 얘기하려 노력했다”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해 협상으로 돌아온다면 평화협정, 상호인정, 경제지원, 제재 완화 등 북한이 고려할 것들이 많다”고도 말했다. 일단 협상을 시작한 뒤 북미가 주고받을 것을 논의하는 것이지, 북한의 협상 복귀만으로 대가를 줘선 안 된다는 의미다.
힐 전 차관보는 또 “바이든 정부는 회담 재개를 위해 과거 어떤 방식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동맹과 파트너를 참여시키려는 동시에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형식은 종종 외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형식이 어떻든지 간에 회담 본질을 북한에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도 발언했다. 힐 전 차관보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인 성명과 관련해서는 “오래 기다려온 정책검토 결과에 대한 확실한 불만을 전달한 것이란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성명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 검토 내용과 관계없이 수년 전 작성해왔던 것처럼 상투적이고 복고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해석했다.
힐 전 차관보는 “현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의 성명이 북한의 최종 언급이 아니라는 것 역시 명백하기에 그 성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곧 또 다른 성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제 실패 등으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도 힐 전 차관보는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힐 전 차관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일괄타결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거부하는 올바른 균형을 취했다”면서 “북한의 핵 야망은 심각한 문제이며,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등 대북 결의안에 대한 진지하고 다층적인 접근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한국, 일본 등 중요한 동맹을 포함한 미국의 글로벌 동맹체제에 무게를 두는 가치를 비밀로 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종종 미국과 그 동맹의 싸움을 붙이려 하지만 그런 접근법은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고 내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