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 동맥 질환은 뇌혈관ㆍ심장혈관을 제외한 팔다리 등 신체 말단 부위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을 말한다.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더라도 간단한 시술로 치료 가능하다. 하지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다리를 절단할 수 있고, 말초 혈관 외에도 전신 혈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에게 말초 동맥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말초 동맥 폐색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말초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다리 동맥에서 발생하는 하지동맥폐색증과 골반 부근 동맥이 막히는 장골 동맥 폐색증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는 말초 동맥 질환이 많은 편은 아니다. 조성신ㆍ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의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일반 성인에서 말초 동맥 질환 유병률은 4.6% 정도였다.
하지만 식생활 서구화로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말초 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증상이 가장 극심한 질환은 하지동맥폐색증이다. 보통 남성에서 더 흔히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9년)에 따르면 남성 환자(1,297명)가 여성 환자(748명)보다 1.7배가량 더 많았다.
하지동맥폐색증은 질병 초기에는 걷거나 달릴 때 다리 통증이나 경련이 발생하지만 쉬면 증상이 금방 가라앉으므로 간과하기 쉽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다리 온도가 차갑고 발가락 색깔이 검으며 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말초 동맥 질환을 검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동맥 경화도를 확인하기 위한 발목 상완 지수 검사로 진단한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에서 잰 혈압과 팔에서 잰 위팔 혈압 비율이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상 낮을 때)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할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해야 치료할 수 있으므로 고위험군이라면 가벼운 다리 통증이라도 쉽게 지나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조성신 교수는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이 있고,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 50대 이상이라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말초 동맥 질환은 혈관 협착이 심하지 않은 조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ㆍ혈관확장제 등 약물과 콜레스테롤 관리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졌을 때 치료를 시작하면 동맥 폐색이 50% 이상 진행됐을 때가 많다.
보통 허리 디스크로 다리가 저리다고 생각하거나 조금 쉬면 통증이 없어지므로 방치하기 마련이다. 괴사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1년 안에 50% 정도가 다리를 잘라내야 하므로 평소 다리 통증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막힌 부위가 길지만 수술 위험성이 낮다면 본인의 정맥이나 인조 혈관을 이용해 우회 수술을 진행한다. 하지만 혈관 질환 환자는 만성질환을 동반할 때가 많기에 수술 합병증이 오기 쉽다. 이에 국소마취 후 풍선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나 스텐트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들므로 반드시 금연한다.
-빨리 걷기ㆍ자전거 타기ㆍ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많이 한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하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으면 정기검사를 받는다.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