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학살’ 등 피카소 명화 한자리에… 국내 최대 규모

입력
2021.05.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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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서 8월 29일까지


스페인 출신의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탄생 140주년을 맞아 피카소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대규모 회고전이 지난 1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의 작품을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혁명의 시대’ ‘질서로의 회복, 고전주의와 초현실주의’ ‘새로운 도전, 도자기’ 등 7개 테마로 나눠 피카소의 삶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전시 주최 측은 프랑스 파리의 국립피카소미술관에서 110여 점의 작품을 빌려 왔다.


여성 편력이 심했던 피카소가 누구를 만나고 있느냐에 따라 그림을 어떻게 다르게 그려왔는지를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예컨대 피카소의 첫 번째 부인인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 올가 코클로바의 등장은 피카소가 입체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고전주의 화풍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어린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담은 ‘피에로 복장의 폴’ 등을 보면, 익히 잘 알려진 입체주의풍의 전작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그린 그림도 인상적이다. 전시장에 걸린 ‘마리 테레즈의 초상’ 3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느낄 수 있다. 마리 테레즈는 피카소가 45세 때 만난 17세의 여인이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서순주 박사는 “3점 모두 마리 테레즈를 다루고 있지만 작품마다 주는 느낌이 각기 다르다”며 “둘의 관계가 끝날 무렵의 작품은 마리 테레즈를 할머니처럼 그렸다”고 설명했다.


피카소의 여성 편력에 질릴 때쯤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그림도 걸려 있다. 1953년작인 ‘그림자’는 피카소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유일한 여성인 프랑수아즈 질로를 생각하며 고독을 표현한 그림이다.


압권은 아무래도 처음 소개되는 ‘한국에서의 학살’. 피카소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지난 1951년 1월 이 그림을 그린다. 전쟁의 잔혹성을 예술을 통해 고발한 이 그림은, '게르니카' '시체구덩이'와 함께 피카소의 3대 반전작품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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