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체제' 검찰 고위급 인사, 소폭 그칠 듯... 이성윤 거취는?

입력
2021.05.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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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기수 역행으로 사표 움직임 적어
일부 주요 포스트만 순환 이동 가능성
이성윤은 유임설·승진설 관측 엇갈려
최대 관심사는 역시 '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됨에 따라, 향후 검찰 고위급 인사에도 벌써부터 법조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일단은 김 후보자가 정식 임명될 경우, 현실적 여건상 ‘소폭 순환 인사’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많다.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거취를 두고는 ‘유임설’과 ‘승진설’이 동시에 나온다.

4일 법조계에선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곧이어 단행될 고검장ㆍ검사장 인사가 ‘김오수호(號) 검찰’의 미래를 가늠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일단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사실상 마지막이나 다름 없는 검찰 지휘부 구성에 최대한 의중을 담으려 할 공산이 크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2월 검사장 인사를 ‘4명 순환 이동’으로 최소화했을 당시, “몇 개월 뒤 또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중폭 이상의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물론, 현 정부와 우호적 관계인 김 후보자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와는 다른, ‘박범계-김오수 체제’ 검찰의 진용이 짜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검찰총장 기수가 사법연수원 23기(윤석열)에서 20기(김오수)로 역행한 이례적인 상황 때문이다. 2019년 윤 전 총장 임명 때 그의 선배들이 한꺼번에 검찰을 떠났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현재 23, 24기인 고검장들이 줄사표를 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는 것이다. 지난달 장영수(24기) 대구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한 게 전부이고, 아직까진 추가 사임 움직임도 없다.

때문에 고검장ㆍ검사장 승진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인사 때처럼 극소수 자리만 교체되거나 주요 포스트 일부만 순환 이동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정부도) 승진 자리를 만들고 싶긴 할 텐데, 옷을 벗는다는 고위급도 없는 것 같고 대놓고 ‘나가라’는 신호를 주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수사 1번지’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다. 현재로선 이성윤 현 지검장의 유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정권 입맛에 맞게 사건을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은 ‘믿을맨’ 이 지검장에게 정권 막판까지 동일한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교체 가능성도 적지만은 않다. 이 지검장이 검찰 내부의 신망을 완전히 잃었다는 점에서 그를 유임시키는 건 김 후보자와 박 장관, 청와대 모두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고검장 승진을 통해 대검 차장검사나 일선 고검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을 계속 맡기면 본인 입장에서도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배려 차원에서라도 고검장 승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한 점도 변수다. 만약 실제 기소가 이뤄진다면 법무연수원장 등 한직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이유로든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물러난다면, 그 자리를 과연 누가 이어받느냐가 향후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