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켜 줄 줄 알았던 ‘집단 면역’이 멀어지고 있다. 아무리 백신 접종을 서둘러도 변이가 생기고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 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다. 걸려도 죽지 않을 정도로만 감염병이 관리될 수 있다면 만족해야지 어쩌겠냐는 식으로 목표도 하향되는 분위기다.
애초 백신의 한계는 뚜렷했다. 발병과 중증 진행 정도만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뿐 전파(2차 감염)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데다, 바이러스에 변이라도 일어나면 그나마 특기라는 감염 예방에도 사실상 속수무책이라는 건 제약사들도 하릴없이 인정하는 바였다. 유일한 돌파구는 속전속결이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백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경고였다.
개발이 끝나고 각국이 대국민 백신 접종을 본격화한 지 반년 남짓. 어느 정도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 만큼 전세(戰勢)가 기운 듯하다. 적어도 바이러스 절멸이 꿈에 가깝다는 사실은 얼추 드러났다. 60%에 육박하는 인구가 백신 접종을 마쳐 집단 면역 기준(최소 70%)에 가장 근접한 나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의 상황이 시금석이다. 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부는 브라질ㆍ칠레발(發) 변이 감염 사례를 처음 확인했다. 최근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감염자들은 모두 백신 접종자였다. 뿐만 아니다. 인도발 변이 감염 사례도 19건 늘어 총 60건이 됐다.
이미 백신이 버거워할 법한 변이는 한두 종이 아니다. 미 CNBC방송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챙겨 보고 있는 변이만 10종이다. 이 중 영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브라질발 등 3개종 변이는 전파ㆍ치명률이 심각하고 백신 저항력이 커 ‘우려’(VOC) 단계로 분류된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코로나19 기술팀장은 “벌써 많은 변이가 발견된 데다 매일 정신 없이 관련 정보가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백신을 딛고 최근 코로나가 다시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게 된 것도 변이 덕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보고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첫 6개월보다 많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백신은 유일 해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본은 방역이라는 뜻이다. 소신을 강조한 것이다.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 국경없는의사회(MSF) 국제회장도 “방역 수칙만 지켰어도 브라질의 코로나 사망자가 40만명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브라질 일간지에 말했다.
이런 현실에 슬슬 비관론을 피력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1면에 집단 면역이 달성 불가능한 이상이었다며 ‘백기’를 든 과학자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백신 거부감 때문에 집단 면역 기준의 충족조차 큰 도전인 데다 설령 접종률 평균을 기준선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해도 모든 지역이 고른 게 아니어서 변이가 솟아오를 구멍의 존재는 불가피하다는 게 그들 결론이었다. 루스톰 안티아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가벼운 감염 정도로 억제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 면역 달성을 자신하던 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판단을 토대로 출구를 찾는 모습이다. 적당한 수준에 도달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북돋우는 식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州) 커뮤니티칼리지 연설에서 집단 면역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70%인지 68%인지 81%인지 논쟁이 있다”며 “중요한 건 여름이 끝날 때쯤이면 우리가 지금과 다른 곳에 있으리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물론 백신 접종 독려는 계속된다. 백신이 감염까지 완벽히 틀어막을 수는 없지만 중증 환자를 줄여 입원율ㆍ사망률을 낮추는 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