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면 무엇보다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권과의 대립,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등으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탓에 지금도 뒤숭숭한 검찰 내부를 추스르는 걸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이다.
다만 이런 역할을 수행하려면 김 후보자 본인도 전제 조건으로 언급했듯,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장벽부터 넘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벌써부터 그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송곳 검증에 나설 태세다. 자칫 독배(毒杯)가 될 수도 있는 ‘정권 말 검찰총장’에 낙점된 김 후보자의 무난한 청문회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역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2018년 6월~지난해 4월 법무부 차관을 지내며 박상기ㆍ조국ㆍ추미애 전 장관을 잇따라 보좌했다. 2년 가까이 3명의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은 그만큼 업무처리 능력과 원만한 소통 방식 등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현 정부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김 후보자의 ‘친정권’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결과가 됐다. 특히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밀어붙일 당시, “윤석열 총장을 배제한 독립수사팀을 구성하는 게 어떠냐”고 검찰에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검사들로부터 거센 반감을 샀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정권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만 추진했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전관 변호사는 “김 후보자가 차관 재직 시절,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검사들의 신망을 꽤 잃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도 “정권 지향점에 충실하신 분”이라고 평했다. 때문에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여야 간 난타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도 이날 “정치적 중립성도 열심히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의혹’ 사건과 관련, 최근 수원지검에서 서면조사를 받은 사실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출금 조치가 이뤄질 당시, 김 후보자는 현직 법무부 차관이어서 어느 정도까지 관여했느냐를 두고 야당이 집중 포화를 퍼부을 게 뻔하다. 향후 검찰 수사상황 전개에 따라 그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이명박(MB)정부 시절이었던 2009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처리했던 사건이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시 그는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 의혹 등 수사를 이끌었는데, 일부 임원들 사법처리에만 그치고 ‘윗선’을 향해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다만 재산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별로 없다는 평가다. 작년 7월 공개된 자료를 보면, 김 후보자의 재산 신고액(2020년 4월 기준)은 경기 분당구 아파트를 포함, 총 13억7,000여만원(배우자, 자녀 포함)에 달한다. 투기 의심이 드는 부동산, 부적절한 주식 보유 등은 전혀 없었다. 고위공직자 하마평에 끊임없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퇴임 이후에도 ‘자기 관리’에 철저했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