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비판받았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의학전문매체 스탯뉴스를 인용해 내년에 5년 임기가 끝나는 게브레예수스 총장이 두 번째 임기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 보건ㆍ외교장관을 지낸 게브레예수스 총장은 아프리카 출신으로는 처음 WHO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WHO 창설 이래 의사 출신이 아닌 사무총장도 그가 처음이다.
WHO 194개 회원국은 올해 9월까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선거는 내년 5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치러진다. 스탯뉴스는 “현재 상황에서 다른 후보가 출마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것이 게브레예수스 총장이 재선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게브레예수스 총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이 작지 않다는 사실이다. WHO가 코로나19 대응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WHO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 불명 폐렴’이 보고된 지 70일이 넘은 지난해 3월 11일에서야 뒤늦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미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가 12만명에 이르고 사망자가 4,300명을 넘긴 이후였다. 감염병 초기엔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도 갈팡질팡했다.
심지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WHO 조사팀이 중국 우한으로 날아가 현장 조사까지 한 뒤 올해 3월 말 발표한 보고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기존 가설만 되풀이해 결국 ‘중국 면죄부였다’는 비판만 받았다. 일각에선 WHO가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WHO가 참여하는 백신 공동 구매ㆍ배분 기구 ‘코백스’가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점도 게브레예수스 총장에겐 치명적 약점이다. 코백스는 올해 백신 물량 20억회분을 빈국에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까지 4,900만회분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