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모양 손은 다 남혐? GS25·경찰 이어 무신사도 '좌표' 찍혔다

입력
2021.05.03 17:30
무신사  "흔한 표현" 해명 불구 '집게 손'에 비난 폭발
"메갈리아와 달라, 상식적 반응"이라는 반박도


편의점업체 GS25의 홍보물에서 시작된 '메갈리아 손모양' 논란이 경찰에 이어 온라인 패션 쇼핑몰 무신사로 번졌다.

클리앙과 루리웹 등 이른바 '남초(남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이 집게 손 모양을 '남성혐오(남혐)'의 상징으로 규정하면서 공세가 전방위로 번지는 한편, 무신사의 해명 등을 근거로 이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3일 무신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네티즌들은 지난달 26일 공개된 무신사와 현대카드의 협업 행사를 알리는 '물물교환' 포스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모델이 카드를 잡는 손 모양이 과거 남성혐오 성향을 드러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 모양과 같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무신사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해당 포스터를 제작하게 된 경위를 공개했다. 이 입장문에 따르면, 무신사 직원들은 '물물교환'에 맞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바탕으로 총 4개의 본 이미지를 제작했고, 그 가운데 카드를 잡는 손 모양이 집게 모양인 이미지를 최종 선택했다.


무신사는 이 과정에서 누구도 해당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라고 인지하지 못했다며 해당 모양을 "손이 사용된 작은 상품 화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구도"라고 밝혔다.

"무신사 직원들은 당황스럽고 억울한 심정"이라며 "우연의 일치를 두고 혐오 의식을 가졌을 것이라 낙인 찍인 후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비난하는 것은 멈춰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이 입장문을 다시 퍼 나르며 "누가 카드를 저렇제 잡냐"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어렵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신사는 이미 3월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발행한 쿠폰이 남성 고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고 조만호 대표이사가 쇼핑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사과문을 실어 수습한 적도 있다.


당연히 "무신사의 입장문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네티즌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고 과했다는 반박도 나온다. 애초에 두 개의 손가락만 펴고 있는 '메갈리아'의 손 모양과 달리, 문제가 제기된 GS25나 무신사의 홍보 포스터에서는 다른 손가락도 물체를 쥐기 위해 펴져 있기 때문에, 연상 효과를 노리고 삽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조만간 널리 통용되는 집게 손 모양 이모티콘도 수정하라고 할 것 같다"며 풍자로 대응하고 있다. 집게 손 모양이 서구에선 있는 그대로 집겠다는 의미, 작다는 의미 외에 "가깝다"거나 "종이 한 장 차이였다"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