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디어 도용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합니다."
발명의 날(19일)을 앞두고 대전 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용래(53) 특허청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기술개발과 혁신 노력이 공정하게 평가받도록 강력한 지식재산 보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기술탈취나 특허침해 등으로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이 납품 조건으로 기술자료를 요청하면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제공하는데, 이를 다른 경쟁업체에 제공해 가격경쟁을 시키거나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비협조로 침해를 입증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김 청장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지식재산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기술침해 입증과 손해산정에 필요한 증거 확보가 가능하도록 '한국형 증거수집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배터리 특허를 놓고 미국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분쟁에 나섰던 것도 미국이 보유한 증거수입제도 덕분이었다. 그는 "미국이라는 시장의 이점, 높은 손해배상액 덕분이겠지만, 미국의 강력한 증거수집제도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강력한 증거수집 장치가 없어 침해 입증과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증거 확보가 어려워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년간 한국과 미국의 특허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중간값은 한국이 6,000만 원, 미국이 65억여 원으로 10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청장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소송하는 이유는 기업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기술 유출의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지식재산 보호제도가 해외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국내에서 분쟁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표권 분쟁에서도 정당한 권리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송가인' '덮죽'처럼 제3자의 상표선점 행위를 "애써 일구어 놓은 성과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비판한 김 청장은 "가로채기, 모방 등 악의적인 목적의 등록을 저지하고 구제 절차 등을 지원해 정당한 권리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간 기술경쟁이 심해지면서 국가 차원의 기술보호 정책도 더욱 중요해졌다. 국가 주요 기술과 인력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경쟁력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에 특허청은 기술탈취 및 영업비밀 유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영업비밀보호 기본계획 수립 추진단'이 출범할 수 있도록 적극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국내 특허출원은 3.9% 증가했다. 이와 관련 김 청장은 "이는 우리 기업들이 특허로 디지털 경제 등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빠른 속도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