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중 수교의 주역으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97) 전 미국 국무장관이 현재 양국간 ‘신(新)냉전’이 과거 미국ㆍ소련 냉전 때보다 인류에 훨씬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과거 미소 경쟁은 단순히 핵 군비 측면에 치중됐지만, 지금은 핵 무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분야까지 더해지면서 미중 긴장이 극에 달할 경우 ‘인류 최후의 전쟁(아마겟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애리조나주립대 산하 매케인 국제리더십 연구소가 주관한 세도나 포럼에서 “현재 미중 사이의 긴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가장 큰 문젯거리”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한한 기간에 스스로 말살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 7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위력을 손에 넣은 것”이라며 신냉전이 과거 냉전 시대보다 인류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미소 냉전 때 개발된 핵무기도 전 세계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었는데 그 사이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또 옛 소련과 달리 현재의 중국이 군사 강국이면서 경제 대국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류 전체가 사라질 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문제에 AI 등 첨단기술 이슈까지 더해졌다”며 두 군사ㆍ기술 대국의 갈등은 아마겟돈 같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8년 뒤인 1979년 미중 수교의 초석을 놓은 주인공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세계 균형의 관점에서 협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외교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