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재확산하는 와중에 치러진 인도 지방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참패했다. 방역 실패로 나라 전체를 ‘생지옥’으로 만든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표심으로 분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부터 7년간 흔들림 없던 모디 총리의 리더십도 심판대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4개 주(州)와 연방직할지 등 5곳에서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 개표 결과, BJP는 세 곳에서 고배를 마셨다.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적은 북동부 아삼주와 연방직할지 푸두체리에서만 BJP가 주축인 정당연합 국민민주동맹(NDA)이 신승을 거뒀다. 심지어 BJP는 집권 좌파연립정부(LDF)가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케랄라주에서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남부 타밀나두주에선 지역정당인 드라비다진보연맹(DMK)이 234석 중 156석을 가져간 반면 BJP가 연합한 전인도안나드라비다진보연맹(AIADMK)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74석만 챙겼다.
가장 뼈아픈 패배는 격전지로 꼽혔던 동부 웨스트벵골주다. 지역정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가 주의회 292석 가운데 213석을 휩쓸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지지다. BJP는 7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현 웨스트벵골주 총리인 마마타 바네르지는 무난하게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그는 인도에서 유일한 여성 주총리다.
무슬림이 비교적 많은 웨스트벵골주는 원래 TMC 지지세가 강해 힌두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BJP 승리가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이 지역에서 전세를 역전시켜 보겠다는 결심으로 일찌감치 공세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직접 찾아와 연방정부 장관들과 수십 차례 대규모 지원 유세를 펼치며 표심 확보에 공을 들였다.
외신은 모디 총리의 이런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하루에 수천 명씩 사망자가 발생해 나라 전체가 거대한 화장장이 됐는데도 방역보다 선거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가 참석한 유세장마다 ‘노 마스크’ 인파가 엄청나게 몰려들어 감염 확산 우려를 샀다. 일부 정치비평가들은 집회를 허용한 연방선거관리위원회를 비판하며 “선관위가 BJP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선거는 모디 총리가 코로나19 위기 대처와 관련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지 지켜보기 위한 선거였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도 “모디 총리는 인도가 세계 최악의 코로나 감염국이 되는 와중에 유세를 열면서 대중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모디 총리의 패배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 CNN방송은 “BJP가 웨스트벵골주에서 비록 참패했으나 의석을 77석까지 늘리며 제1야당이 됐다”며 “5년 전 선거에서는 단 3석만 획득했다”고 짚었다.
인도는 이날도 하루 3,689명이 코로나19로 숨져 또 사상 최악의 기록을 썼다. 신규 확진자도 39만2,488명으로 집계됐다. 총 사망자는 21만5,500여명, 누적 확진자는 1,955만7000여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