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살해·유기한 20대 남동생 구속...법원 "도주 우려"

입력
2021.05.02 18:21

누나를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수사전담반은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A(27)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인천지법 남해인 영장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는 이날 오후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 전 "누나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나", "누나와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누나 B씨를 흉기로 25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시신을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숨겨 놨다가 여행용 가방에 담아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 한 농수로에 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시신은 살해된 지 4개월만인 지난달 21일 오후 2시 13분 농수로에서 주민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B씨 시신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여행용 가방에서 빠져 나와 물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지 9일만인 지난달 29일 A씨 남매의 부모 집이 있는 경북 안동에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경찰에서 "집에 늦게 들어왔다고 잔소리를 하는 누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시신 유기 장소인 '석모도' 등을 주기적으로 검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체포되기 전까지 인천 남동산업단지 소재 직장을 다니는 등 일상 생활을 해왔다. 지난 25일 B씨 발인 때 누나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다.

A씨는 B씨의 휴대폰 유심(가입자 정보가 들어있는 카드)을 다른 휴대폰에 꽂아 카카오톡 계정에 접속해 누나 행세를 하며 B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를 속이기도 했다. A씨는 누나의 계정으로 접속해 '나는 남자친구랑 잘 있다. 찾으면 아예 집에 안 들어갈 것이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계정으로 보낸 뒤 이를 부모에게 보여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속은 부모는 지난 2월 14일 접수한 B씨의 가출 신고를 취하했다. A씨는 누나의 은행계좌에 접속해 소액을 자신의 계좌로 보낸 뒤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사소한 다툼 외에는 심각한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수사 초기부터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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