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사 '음성'이니 마스크 벗을까"...방역 역효과 우려

입력
2021.05.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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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자도 많다니 자가검사키트로 진단을 해봤는데 음성이 나왔네요. 마음이 놓입니다."

"어버이날(8일)에 가족 모임을 해야 하나 고민이 돼 자가검사키트를 주문해봤어요."

지난달 29일부터 자가검사키트 판매가 시작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사용 후기나 구매 의사를 밝히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판매 초기란 점을 감안해도, 자가검사키트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짐작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제품을 허가한 취지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안내를 하지 않으면 방역에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증상자 '음성' 결과는 의미 없어"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증상이 없는데도 '호기심'에 검사를 해보는 경우다. 한 인터넷 맘카페에는 "혹시나 해서 진단을 해봤는데 음성이 나왔다. 무증상 감염이 줄어들 수 있을 거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코로나19 자가검사 안내문'을 통해 "자가검사키트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선별진료소 방문 등 신속한 유전자 검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전 검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구매는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호흡기 증상이 없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증상이 있는 경우엔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민감도가 90% 안팎까지 올라간다는 실험 결과가 있으나, 무증상자에 대해서는 성능이 입증된 분석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보조 수단임을 더 강조해야"

방역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음성이 나온 사진을 '인증샷'으로 올리며 "이제 가족 모임을 해도 될 거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음성이 나온 사람들끼리 모이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될까"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이런 글들 역시 정부가 밝힌 '검사 결과에 따른 행동 요령'과 거리가 멀다. 방역당국은 "양성으로 확인되면 즉각 선별진료소(보건소)를 방문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이 나와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사용법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 검사를 해봤다는 직장인 김경욱(43)씨는 "손을 씻고 면봉을 1.5cm까지 콧구멍에 넣어 10회 이상 문질러 용액통에 넣고 여러 번 저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개인이 정확히 매뉴얼대로 따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인식이 퍼질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판매 과정에서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사용법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호기심 삼아 해보는 것을 말릴 수는 없겠지만, 자가검사키트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보조적인 도구라는 점을 국민들이 확실히 인식하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