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부담과 우려를 지우는 유러피언 컴팩트 EV, 르노 ‘조에’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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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1:30

유럽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전기차이며 데뷔 이후 별도의 ‘기술 결함’ 없이 자신의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전기차 ‘르노 조에’가 국내 시장에 데뷔한지 제법 시간이 흘렀다.

데뷔 당시 서울의 도심 속에서 조에를 시승했다. 강렬한 매력은 아니었지만 조에는 작은 차량임에도 제법 만족스러운 공간, 경쾌함을 누릴 수 있는 운동 성능 등을 제시했다. 게다가 심리적 장벽을 극복한 309km의 주행 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21년, 다시 한 번 르노 조에를 마주하게 되었다. 다만 환경은 조금 달랐다. 이전처럼 서울 등의 도심을 달리는 게 아니라 바로 서울에서 경북 안동까지 오가는 시승 코스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유럽 판매 1위라는 단어는 분명 이목을 끌지만 ‘유럽의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유럽 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차량들은 모두 ‘작은 체격’을 가진 차량이며 이는 국내 실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르노 조에는 ‘서브 컴팩트’ 해치백으로 4,090mm의 전장을 갖춰 내연기관을 품은 ‘르노 클리오’와 유사한 수치다. 이어지는 전폭과 전고 역시 1,730mm와 1,560mm이며 휠베이스는 2,590mm로 상당히 짧은 편이다. 참고로 54.5kWh 크기의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더해 1,545kg의 공차중량을 갖췄다.

르노의 감성을 품은 컴팩트 EV

르노 조에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르노의 디자인이 ‘컴팩트 EV’에 절묘하게 녹아 든 모습이다. 실제 디자인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디자인할 때에는 ‘전기차의 감성’을 강조하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지워지는 경우가 있는데 르노 조에는 말 그대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너무나 명확히 드러난다.

르노 특유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프론트 그릴과 날렵한 스타일의 헤드라이트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일반적인 르노의 차량’의 모습을 제시한다. 여기에 푸른색 하이라이트, 그리고 독특한 바디킷 등이 더해져 ‘전기차만의 감성’ 역시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대신 차체 하부에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는 만큼 일반적인 소형차에 비해 전고가 조금 높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다만 컴팩트 해치백, 특히 르노의 차량들이 다소 전고가 높은 걸 고려한다면 ‘개성이 돋보이는 르노의 해치백’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측면과 후면 역시 매력적인 모습이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그리고 공기역학 개선을 위한 유선형의 차체를 구성하며 리어 도어 캐치를 숨기고, 전용의 바디킷을 적용해 ‘기술적인 만족감’을 높였다. 여기에 전용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감각적인 만족감 또한 높인다.

그러나 심심하게 그려진 16인치 알로이 휠, 그리고 B 필러의 엉성한 마무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르노의 감성을 그대로 잇다

르노 조에는 국내 시장에서 총 세가지 트림이 마련되었고, 트림에 따라 소재 및 연출의 차이가 다소 있지만 기본적으로 ‘르노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실제 조에의 실내 공간은 르노가 최신 차량에 제시하고 있는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구성을 그대로 적용했다. 여기에 스티어링 휠이나 계기판, 그리고 각 패널의 디테일한 연출 등도 비슷한 모습이다. 다만 전기차인 만큼 스티어링 휠 중앙 부분에 푸른색 색상을 더해 ‘차량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기본적인 연출 및 디테일은 체급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감각적인 만족감도 상당히 우수하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은 최근 데뷔한 르노 및 르노삼성의 컴팩트 모델들과 ‘동일한 감성’을 제시한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과 차량 설정, 차량 정보 확인 등이 가능하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우수한 편은 아니라 반응 및 작동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기능의 가치’는 충분한다.

여기에 자잘한 수납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무선 충전 등 별도의 기능 역시 추가적으로 마련되어 ‘차량의 구성’ 역시 준수한 모습이다.

공간 구성은 1열 공간과 2열 공간이 다소 상이한 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1열 공간의 만족감은 상당한 편이다. 실제 시트의 형태나 시트의 착좌감도 만족스럽고, 시트 포지션이 조금 서 있는 편이지만 제법 ‘거주성’도 갖춰진 모습이다.

대신 2열 공간은 1열 탑승자의 체격이 클 때에는 그 여유가 무척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시트의 구성이나 연출 자체는 준수한 편이지만 ‘공간 자체’가 아쉬운 만큼 차량 활용에 있어 일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2열 공간은 협소하지만 적재 공간은 의외로 만족스럽다. 실제 트렁크 게이트를 들어 올리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다양한 물품 등을 싣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다. 게다가 2열 시트 역시 폴딩이 가능해 상황에 따라 더 넓은 공간을 누릴 수 있다. 실제 르노 측에서도 개발 당시 2열 공간보다 적재 공간에 공을 들였다.

309km를 달리는 컴팩트 EV, 르노 조에

르노 조에는 단 번에 보더라도 ‘컴팩트 EV’이자 도심형 차량으로 개발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파워트레인은 그 짐작에 ‘확신’을 갖게 된다.

실제 조에는 100kW 급의 R245 전기 모터를 장착해 환산 출력 136마력과 25.0kg.m의 토크를 제시한다. 이는 소형차에게 충분한 성능이다. 여기에 52kWh(총 용량 54.5kWh)의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309km의 주행 거리를 제시한다.

참고로 이러한 수치는 닛산의 철수로 인해 ‘주행 거리’가 가장 짧은 수준이다.

알맞은 드라이빙, 그리고 기대 이상의 여유

르노 조에와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그리고 기어 시프트 레버 등 모든 부분이 최신의 르노 디자인이 반영되어 있어 ‘감각적인 만족감’을 한층 높인다.

여기에 소형, 심지어 합리성에 초점을 맞춘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음향 시스템에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는 장거리 주행 시 정말 큰 가치를 제시한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해보면 ‘딱 알맞은 출력’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라 부드럽게, 그리고 깔끔하게 전개되어 일상적인 주행에서 효과적인 모습이다. 즉각적으로 모든 출력을 쏟아내는 편이 아니라 ‘다루기 좋다’고 생각되었다.

게다가 136마력이라는 수치가 조금 작게 보여도 25.0kg.m의 토크는 중형 세단에게도 충분한 토크인 만큼 과감히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되려 ‘역동적이다’라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덕분에 발진 가속, 추월 가속, 그리고 이번의 장거리 주행 시 곧잘 마주한 고속 주행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어 레버에는 일반적인 주행 모드인 D 모드와 에너지 회생을 위한 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B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평소 이러한 주행 모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써보니 ‘불편함은 없다’라고 생각되었다.

특히 B 모드가 발동되었을 때 체감되는 제동력, 감속의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서도 적절할 뿐 아니라 굽이치는 국도의 내리막 구간에서는 안정적으로 출력을 제어하고, 속도를 조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르노 조에는 프랑스의 해치백 차량들이 제시하는 특유의 경쾌함을 고스란히 제시한다. 실제 조향을 하며 느껴지는 차량의 질감, 반응 등은 마치 르노 클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굽이치는, 그리고 연이은 코너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경쾌하게, 그리고 가볍게 반응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로장쥬 엠블럼을 적극적으로 밀어 넣는 모습이다. 덕분에 주행 내내 ‘프렌치 드라이빙’의 가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차량 하부에 제법 거대한 배터리를 장착하며 공차중량도 무거울 뿐 아니라 높은 전고로 인해 차량이 조금 휘청거리거나 밸런스가 좋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막상 수 시간 동안 이어진 국도 및 안동을 향한 장거리 주행에서 르노 조에는 그러한 우려들을 깨끗이 지워내는 모습이었다.

다만 차량의 만족스러운 운동 성능 및 움직임에 비해 확실히 시트 포지션이 높다는 점은 다소 부담이 되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무척 높은 구성은 아니지만 때로 운전자에게 위화감을 주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주행 시 순간적으로 부담을 줘 ‘운전자의 유의’를 요한다.

덧붙여 차량 자체가 도심 속 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고속 주행에서 살짝 불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고속 주행을 즐기는 이라면 조금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끝으로 주행 거리, 주행 거리는 사실 그렇게 아쉬운 수준은 아니다.

전기차 시장 초기야 100~200km 대의 차량들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제공했던 건 사실이지만 조에는 그 엄격하다는 국내 기준으로도 309km의 주행 거리를 제공하고, 또 주행 습관에 따라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기에 이번의 서울-안동 간 주행에서도 심리적 불안감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점: 경쾌하고 민첩한 드라이빙, 기대 이상의 사운드 시스템과 적재 공간

아쉬운점: 높은 시트 포지션에서 느껴지는 고속주행의 불안감, 2열 공간의 협소함

납득할 수 있는 전기차, 르노 조에

르노 조에는 말 그대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차량’이라 할 수 있다.

차량이 갖고 있는 여러 요인들은 압도적으로 탁월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구성된 요소들이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조화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말 그대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차량은 아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차량’이라는 것이다.

부족함 없는 구성, 그것이 바로 조에가 사랑 받는 이유일 것이다.

촬영협조: 르노 코리아

모클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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