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배로 충실한 사제 되겠다"...정진석 추기경이 쓴 마지막 글

입력
2021.05.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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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폰 신부님 몫까지 두 배로 충실한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키며 살고 있다."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30일 공개됐다. 6월 출간 예정인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에 쓴 서문이다. 에밀 카폰 신부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 정신을 실천한 천주교 성직자로,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숨졌다. 국내에는 정 추기경이 1956년 '종군 신부 카폰'이라는 번역판 서적을 내면서 소개됐다.

종교계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지난 3월 초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을 준비했다. 정 추기경은 3월 10일로 날짜가 적힌 서문을 쓰고 서명했다.

개정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가 정 추기경이 미리 쓴 서문에 구술을 추가해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추기경은 서문에서 "지난달(2월)부터 병원에 입원한 후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며 "주님 안에 안식하는 것이 큰 은총이지만 아직 부족한 제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오후 명동성당에선 정 추기경의 시신을 입관하는 예식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1일 오전 10시에는 명동성당에서 고인을 기리는 장례미사가 거행된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다. 장례미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조전을 대독한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자로 바티칸에서 보낸 애도 서한에서 "전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라며 "이에 서울대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이어 "오랜 세월 한국 교회와 교황청을 위해 봉사하신 정진석 추기경님께 여러분들과 한마음으로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