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함께한 시간만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글쎄, 닮는다는 표현보다는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를 깊이 알아가면서 나와 다른 점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아닐까? 다투는 일도 서서히 적어지고 성향이 비슷해지는 것을 닮는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다. 정리정돈에서만큼은 이해와 배려가 없는 듯하다. 우리 회사 고객의 90%는 주부이다. 그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정리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남편의 잔소리가 더해지니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리를 못하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저분한 환경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잔소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리를 못하는 사람도 지저분한 환경에서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을 텐데 말이다.
부인은 쌓이는 스트레스를 견디다 남편에게 넌지시 운을 띄운다. “요즘은 정리전문가가 집에 와서 정리를 싹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는데, 우리도 한 번 받아볼까?” 대부분의 남편들은 "당신이 슬슬 하면 되지 왜 정리하는 데 돈을 써?"라며 역정을 내기 일쑤이다. 예전엔 이사를 하면 힘들어도 내 살림은 내가 정리해야 한다는 사고가 강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집안 정리정돈은 주부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남편 설득하길 포기하고 혼자 SNS 속 정리달인 계정도 찾아보고, 수납도구를 구입해 정리정돈을 시작한다. 하지만 의욕만 앞선 정리정돈 도전기는 기대와 달리 작심삼일로 끝나버린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학창시절 많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전교 1등의 공부법을 따라한다며 필기구를 한아름 사와도 변함없는 우리의 성적 말이다. 정리정돈이라고 다른 게 없다. 당연히 배우지 않았으니 못하는 것이다. 늘어난 수납도구를 보며 남편의 잔소리 수위는 한층 더 올라간다. 이때 부인은 큰 결심을 한다. 일명 ‘007 작전!’ 바로 남편 모르게 정리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루 만에 집이 싹 정리되어 새 집으로 재탄생하는데 남편 모르게 진행하는 게 말이 되나?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하루도 못 지나 들통나는 작전이지만 일단 질러보자는 마음으로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상담을 하는 동안 본인이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울분을 토로하고 마지막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면 비장한 눈빛으로 말한다. “남편이 절대 모르게 해주세요!” 나는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가 된 듯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작업 당일 아침, 고객과 작업 선생님들 모두 첩보요원이 되어 한 편의 영화를 찍는다. 정리전문가를 반기지 않는 남편 분이 때로는 야속할 때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기대가 되기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편이 매우 만족해 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못하는 것은 틀린 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다른 성향을 인정해주자. 정리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정리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기회비용이 적을 때도 있다. 한 번 체계가 잡히고 나면 그 뒤로는 좀 더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더 이상 정리를 못한다며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말자. 처음이 어려운 법, 배우면 누구나 정리의 달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