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내달 21일 한미회담서 '북핵·코로나 협력' 논의한다지만

입력
2021.05.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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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 출범 후 文과 첫 대면 회담
靑 ①한반도 ②경제 ③코로나 협력 강조
의제 조율서 한미 우선순위 엇박자 가능성
쿼드·백신 수급·한미일 공조 등 주요 의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4개월 만으로, 두 정상의 첫 대면 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초청해 대면 회담을 여는 것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에 이어 두 번째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면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포괄적·호혜적 협력관계를 확대,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담 일정만 발표... '의제 조율' 난항 가능성

한미 양국은 이날 회담 날짜를 동시에 발표했지만, 향후 의제 조율 과정에서는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 측이 밝힌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①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②경제·통상 등 실질 협력 ③기후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 협력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관련한 전체 일정과 김정숙 여사의 동행 여부 등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의 오·만찬 등에 대해선 청와대 측은 "스가 총리 사례에 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 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만찬 대신 '20분짜리 햄버거 오찬'을 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북미대화' 강조 시 바이든 '쿼드' 꺼내나

청와대 설명을 따른다면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등 대북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로선 임기 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서도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은 27일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문제보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 강화에 보다 방점을 둘 수 있다. 한국에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와대 측은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가 정상회담 의제로 결정됐다'는 관측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방성·포용성·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 지역, 글로벌 평화협력, 번영에 기여하면 어떠한 것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가치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해 마냥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 재개 등의 진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쿼드 참여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도체·첨단기술 등 미중 패권경쟁, 한일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미일 공조와 관련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요구받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란과 북핵 위협에 대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외교와 엄중한 억지를 강조했다. 도발을 억제하면서도 협상을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 두겠다는 의미지만, "지금 당장 대화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과는 온도차가 있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도 회담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백신 수급도 과제.... 韓 생산기지 지정 논의?

코로나19 백신 수급도 회담 테이블에 오르는 주요 의제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 협력과 관련해 "세부적인 내용은 현재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추측을 자제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논의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미국에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한 사실을 거론한 바 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미국의 선의에 기댄 것이지만, 미국은 백신 지원과 관련해 "도울 여유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더욱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접국이나 쿼드 참가국에 밀려 한국은 미국의 백신 지원 우선순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미국이 한국을 아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허브국)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백신 기술을 이전 받아 아시아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면 백신 조기 수급은 물론 한미 양국에 이로울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문 대통령은 안정적 백신 수급을 바라는 여론을 감안하면 미국의 협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리 측의 분명한 반대급부가 없다는 게 한계로 거론된다. 한국의 전략물자인 반도체 생산 협력을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백신을 공급받는 방안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실화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 경제인 동행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실제 회담에서는 이와 유사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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