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도 자가검사키트 제한적 도입...오세훈 방역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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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9 15:45

“실제론 음성인데 양성으로 판정 나오면 학교 전체가 원격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 후 다시 음성으로 결론나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교에 자가검사키트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방역작품인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재 보건소‧선별검사소 위주의 중앙집중적인 진단 방식 대신, 자가검사키트 등 다중적인 검사를 통해 방역망을 촘촘히 하면서 자영업자의 숨통도 틔워주는 ‘서울형 상생방역’이 연착륙할지 주목된다.

29일 서울시‧시교육청에 따르면 자가검사키트를 기숙형 학교·운동부에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날 조 교육감은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100명 이상의 기숙형 학교나 운동부 운영학교 등에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방역당국의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교육부, 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시내 62개 학교 중 100명 이상 학생을 수용하는 20개교가 우선 도입 대상이다.

지난 12일 서울형 상생방역을 발표한 오 시장이 제안한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그간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진보 인사로 분류되는 조 교육감이 오 시장의 제안을 수용한 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승인을 받지 못해 국내 유통이 불가했던 자가검사키트가 이날부터 전국 약국에 공급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방역당국도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어려운 지역에 대해 제한적으로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섬 지역이나 도서 지역 등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접근성이 낮은 곳에서 선별검사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집단감염이 발병했던 콜센터와 서울복합물류센터 등 고위험 시설에 자가검사키트 시범 도입을 추진 중이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직접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방식이다. 검사 결과는 15∼20분 안에 확인할 수 있다. 자가검사키트에서 붉은색 두 줄이 나오면 ‘양성’이란 뜻으로, 반드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빠르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미국‧영국‧독일 등에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