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 처음 본 우주비행사 영면… 아폴로 3인방 중 1명

입력
2021.04.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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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하늘로
동료들 달 밟는 동안 고독한 궤도 비행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가 세상을 떠났다. 달 표면을 밟지 못해 동료들만큼 각광을 받지는 못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그가 달의 뒷면을 처음 관찰하는 등 항공우주 분야에 헌신했다며 애도했다.

콜린스 유족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콜린스가 암 투병 끝에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성명에서 “그는 항상 삶의 도전에 품위와 겸손으로 맞섰고, 마지막 도전(암 투병)에도 같은 방식으로 맞섰다”고 전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로 향한 콜린스는 달에 가고도 월면에 발을 딛지는 못했다. 선장 닐 암스트롱과 착륙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달에 내려 성조기를 꽂는 동안 사령선에 남아 달 궤도를 도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잊힌 우주비행사’, ‘기억하지 않는 세 번째 우주인’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콜린스는 불평하지 않았다. 1974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내 위치에 지극히 만족한다”고 회고했다.

그가 조력자 역할만 한 건 아니다.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본 사람이 바로 콜린스다. 아폴로 11호 임무 일지에는 “아담 이래로 누구도 콜린스가 겪었던 고독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돼 있다. 궤도 비행 중 사령선이 달의 뒤쪽으로 진입했을 때 지구와의 교신이 끊겼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48분간 달의 뒷면을 절대 고독 상태에서 지켜봤다. 그는 “이곳을 아는 존재는 신과 나뿐”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2019년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콜린스의 이런 업적이 조명됐고 이후 그는 국가적 영웅으로 재평가됐다.

콜린스는 197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을 떠나며 “남은 인생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주비행사 은퇴 뒤 1년간은 국무부 공보차관보를 지냈고 이후 국립항공우주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 1970년대 후반에는 스미스소니언연구소의 차관으로 있다가 민간 항공우주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에는 직접 항공우주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콜린스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국가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며 고인을 기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콜린스가 동등한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위대한 목표를 수행할 때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동등한 동반자였다”고 말했다. 2012년 암스트롱에 이어 콜린스까지 하늘로 떠나며 아폴로 11호 동갑내기 3인방 중 이제 올드린만 땅에 남게 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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