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28일 경남 양산 하북면 평산마을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사저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대통령 사저 만드는 것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붙은 뒤로 공사가 중단됐다”며 “2, 3명 보이던 경호처 직원들도 안 보이던데 공사가 진짜 중단됐냐"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산마을 사저 공사 현장은 출입구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노란색 테이프가 쳐져 있었다. 최근까지 이어지던 경호동 공사 현장에 장비나 인부는 보이지 않았다. 경호처 경호원도 안 보였다. 올 연말 준공을 앞두고 분주하게 돌아가야 할 현장이다. 사저는 지하 1층, 지상 1층 2개동 규모로 지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중순 착공계가 양산시에 접수되면서 양산은 내년 퇴임할 대통령 맞이에 들떠 있었던 게 사실. 평산마을의 또 다른 주민은 “사저 지하주차장 공사를 하는데 지하터널 공사를 한다는 둥의 말이 돌았다"며 “우리는 사저 들어오는 게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사저가 들어설 평산마을에 닿기 위해서는 대원마을, 서리마을 등 다른 마을을 지나야 하는데, 이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하북면 이장단협의회와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청년연합회 등 17개 단체가 지난 21일과 22일 사이 40여개의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사저 건립계획과 사후 대책 설명 한 번 없었던 사저 건립 결사반대’, ‘주민을 무시하는 것이 공정, 정의, 평등이냐’, '시민처럼 산다더니 지하터널 웬 말이냐’ 등등. 이 중 30여개는 22일 철거됐다.
정용구 하북면 이장단협의회장은 “사저 건립 이후 발생할 교통혼잡 등 각종 문제는 하북면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소통을 원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표현한 현수막까지 철거하면서 아직도 대화 한번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저 공사가 일시 중단된 것은 주민들의 반대보다는 경호동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암반층을 제거할 경우 이웃한 주택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북면에서 격한 문구가 나돌며 사람들이 사저 건립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7일엔 양산시 덕계동 매곡마을엔 그와 판이하게 다른 현수막이 걸렸다. ‘대통령님 매곡주민은 기다립니다’ ‘예전처럼 농사지으며 같이 삽시다.’ 매곡동은 문 대통령이 과거 텃밭을 일구며 잠시 살던 곳이다.
그러나 예전 주택은 좁고 긴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야 해 매곡마을 주민들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계곡과 나란히 난 길은 차량 두 대가 교행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매곡마을 한 주민도 "하북면에 붙은 격한 현수막을 보니 안타까워서 걸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