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이른바 ‘강제 시행’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제약업체들의 관련 논의 뒤 나온 발언이나 당장 특허 포기를 강제할 것 같진 않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백신 특허 특별 포기를 지원하는 문제에 관해 추가 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캐서린 타이 USTR 대표가 발언한 것을 알고 있다”며 “세계를 위해 가능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 및 공급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지재권 면제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우리는 무엇이 가장 말이 되는 지 평가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미 식품의약국(FDA) 절차를 통과한 제조 시설을 갖고 있고 가장 많은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백신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아니면 지재권 포기를 선택해야 하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USTR은 아직 권고를 내리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허 포기 말고도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을 늘려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의 입장은 전날 USTR 성명에 대한 해설 성격으로 보인다. USTR은 성명에서 타이 대표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루드 도버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의약품사업부 부사장을 각각 화상으로 만나 백신 생산량 증대 방안과 글로벌 보건 문제, 백신 지재권 포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특허 포기 논의는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TO에 제안하면서 시동이 걸렸고, 최근 100여개 회원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단체 300곳도 합세해 백신 선진국과 제약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WTO는 내달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