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백신 접종 완료자, 즉 1·2차 접종을 끝낸 뒤 항체가 형성될 2주 정도의 시간이 지난 사람에 대해 자가격리 의무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당근책'을 꺼내든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야기된 혈전 논란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유인책보다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차라리 고령층 등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과 접종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집중 접종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2분기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동의 및 예약률은 평균 76.9% 정도다. 계속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수치가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 1분기는 고위험군이라 상대적으로 접종 의사가 강력하기도 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1분기 평균 93.1%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AZ 백신의 혈전 논란이 꼽힌다. 젊을수록 혈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된 접종대상군의 예약률은 더 떨어졌다.
가령 의원급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의 예약률은 58.9%, 특수교육 종사자와 보건교사, 어린이집 교직원들의 예약률도 67.2%에 그쳤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백신 혈전 논란이 있었고, 3분기부터 다른 백신들도 많이 들어온다 하니 30~40대 입장에선 '굳이 지금 백신을 맞아야 하나'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1,200만 명 1차 접종 완료'를 목표로 내세운 정부도 내심 고민이다. 6월까지 900만 명 정도 더 맞혀야 하는데, 이때까지 내세울 수 있는 백신 대부분은 AZ 백신이라서다. 상반기 확보한 1,809만 회분의 백신 중 1,000만 회분 정도가 AZ 백신이다.
자가격리 면제는 그래서 나온 얘기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모두 완료한 경우 환자와 밀접 접촉하거나 해외 입국 과정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음성이고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5일부터 적용되고, 적용 대상자 규모는 1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작용 보상에 좀 더 적극적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날 이상반응 신고 사례 9건 가운데 "인과성이 인정된다"며 발열 등 경증 사례 4건에 대해 보상을 결정했다. 나름의 합리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었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기엔 부족하다는 얘기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일부 부작용이 의심되는 사례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지금은 국가적 비상 상황인 만큼 코로나19 백신 관련 부작용 의심 사례에 대해서 과감한 보상을 통해 적극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 계획 자체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AZ 백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져서 단기간에 고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에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접종에 힘쓰고, 접종 의사가 있는 사람부터 백신을 맞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AZ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인 만큼 접종 제한 연령대를 높여 고령층 중심으로 맞도록 하는 식으로 계획을 변경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