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하기 이전에 그동안 받아왔던 수입 전액이 사회공헌단체에 기부됐다. 고인이 직접 빈민을 위한 무료 급식소 등을 기부처로 지정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고인의 이름으로 선교활동을 장려하는 장학회도 설립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이 밝혔다.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해 지난 2월 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정 추기경은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주변을 정리한 이후, 27일 오후 10시 15분 선종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이날 회견에서 정 추기경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서 "진정한 행복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추기경께서는 뭔가를 갖는 것보다 버리는 것, 특히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진정한 자기 희생이고, 자기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의 모든 수입은 비서 수녀가 관리해왔는데 지난달 천주교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인 명동 밥집(1,000만원)을 비롯해 꽃동네(2,000만원) 서울대교구 성소국의 동성고 예비신학생반(2,000만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아동신앙교육(1,000만원) 정진석 추기경 선교장학회(가칭·5,000만원) 등 5곳에 기부됐다. 입원 기간 동안 천주교에서 지급한 수입 등 800만원은 정 추기경을 돌본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보훈처에서도 매달 30만원을 받아왔다. 허 신부는 "고인이 살아계신 동안 당신의 이름으로 장학회를 설립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사후에는 하도록 허락하셨고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허 신부는 "3월부터 고인에게서 모든 의료기구를 떼어냈고 수액만 공급해왔다"면서 "고인이 안 좋은 상태에서 4일 만에 깨어나서 병실에 들어오는 간호사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또 "고인은 병상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회가 어려운데 서로 많이 도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평소 장기기증 의사를 밝힌 정 추기경의 뜻에 따라서 고인의 각막도 기증됐다. 허 신부는 "장기기증과 관련된 사안은 비공개되지만 안구적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각막은 하나씩 한 사람에게 기증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의 시신은 선종 당일인 27일 밤 서울성모병원에서 안구 적출을 마치고 명동성당으로 옮겨져 대성당 제단 앞에 안치됐다. 시신은 유리관 속에 놓여 30일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입관은 30일 오후 5시이고 장례미사는 다음달 1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거행된다. 조화와 조의금은 받지 않는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명동성당에 마련됐다. 2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참석인원을 매 시간 80여 명으로 제한해 미사가 거행되고 명동성당 안에서는 매 시간 연도가 진행된다. 미사와 연도는 미리 짜여진 인원이 시간 단위로 참석하며, 입관예식 때를 제외하고 30일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장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역이다. 추도미사는 다음달 3일 명동성당에서는 오전 10시에, 용인 성직자 묘역에서는 오전 11시에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