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美, 한국의 인내·대화·평화 대북 정책 이해해야"

입력
2021.04.28 08:47
CSIS 게재, 한미동맹 보고서 통해 주장
"'돌아온 미국', 동맹 쌍방 존중부터 시작해야"

"미국은 한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설득·압박과 함께 인내와 대화, 평화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미국에서 3개월 만에 조기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양 전 원장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름으로 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CSIS에서 3개월가량 객원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한 양 전 원장은 27일(현지시간) CSIS에 공개된 '한미 동맹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A New Look at the Korea-US Allianc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가 최우선이지만 한국은 비핵화와 전쟁·도발 억제, 긴장 완화가 모두 중요하다"며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인내심을 갖고 단계적으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미 양국이 모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독특한 해법을 내놓지 못한 것은 인정해야 할 현실"이라며 "그렇다고 그것이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 전 원장은 한국 경제·사회·안보 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상당 부분 미국의 지원과 양국 동맹 관계를 통해 이뤄졌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의 아름다운 여정",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의 희생이 한국에서 빛나는 보람으로 발현되고 있는 점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제 두 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며 "그 출발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자부심에 걸맞게 한국을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동맹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데 불쾌함을 느꼈다"며 "'돌아온 미국'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쌍방이 동맹으로서 함께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일본 과거는 미국이 개입할 문제 아냐"

양 전 원장은 북핵 문제에 관해 "지금까지 양국이 미묘한 시각차를 안고 있었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며 북한의 핵과 전면전에 대한 시각, 전쟁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양국의 온도 차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전면전 지속 능력 부족, 기습공격 시 한미의 보복 공격에 따른 궤멸적 타격 등을 들어 "북한이 아무리 비이성적 사고를 한다고 해도 국력 차이가 현격한 상황에서 남침을 계획하는 것은 미친 일에 가깝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전을 겪은 한국민에게 전쟁 억제에 대해서만큼은 당사자로서 더 절박한 생사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동맹 간에도 사안별로 입장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의도적으로 그런 갈등을 부풀리고 증폭시킴으로써 이익을 도모하려는 흐름이 양국 내에 다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양국 지도자와 정책 결정권자의 냉정하고 차분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양 전 원장은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국에 누구 편이냐 따지는 것은 매우 파편적이고 표피적인 접근"이라며 "한국이 안보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경제는 다자협력 원칙의 '투트랙'으로 가는 것을 미국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에 대해서는 "일본이 잘못된 과거를 단절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이른 것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한일 과거사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일이 아니고,개입한다고 해도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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