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코로나 생지옥’으로 변하자 7년간 강한 지도력으로 나라를 이끌었던 나렌드라 모디(71) 총리의 리더십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온라인에는 총리의 무능을 질타하는 비판이 넘쳐나고, 정부가 이를 틀어막으면서 감염병 불 끄기 만으로도 벅찬 인도가 ‘내부 분열’ 위기에까지 직면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최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인도 야권과 시민들은 모디 총리와 정부에 책임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비판 요지는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방역 빗장’을 너무 일찍 푼 탓에 대참사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야당 하원의원인 레반스 레디는 트위터에 ‘모디가 만든 재앙(#ModiMadeDisaster)’이란 해시태그를 달았고, 몰로이 가탁 웨스트벵골주(州)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둔 총리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도 모디 총리가 23일 대국민 연설을 하는 동안 트위터에 ‘산소가 아니라 연설을 중단하라’는 뜻의 힌디어 해시태그를 10만회 이상 올리며 분노했다.
모디 총리의 안일한 판단과 미숙한 대응이 2월만 해도 1만명 수준이던 인도 코로나19 일일 확진 환자 수를 두 달 만에 30배 가까이 폭증시킨, 결정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여러 지역에서 주의회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유세장마다 ‘노마스크’ 인파가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이달 초에는 수백만명의 순례자가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힌두교 최대 축제 ‘쿰브멜라’까지 사실상 용인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워 집권에 성공한 뒤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상품서비스세 통합 △화폐 개혁 등 경제 분야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2019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경제와 종교, 양대 기반을 무기 삼아 견고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해왔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7년 천하가 와해될 위험을 맞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도 정부의 대응은 시민들을 더욱 격분케 했다. 이날 정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모디 총리의 감염병 대응을 비판한 게시물 100여개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일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사회가 공황 상태에 빠지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물론 모디 총리의 위기가 일시적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여당인 인도국민당이 연방의회를 완전히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국 28개 주 가운데 여권 연합이 장악한 곳도 17곳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인도 인구의 80%가 힌두교도라는 점도 그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는 감염병 확산세가 둔화됐던 1월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74%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