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명인전] 승부처에서 나온 패착

입력
2021.04.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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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한승주7단 백 고근태9단 패자부활 1회전<5>



연이어 패와 팻감 공방전이 펼쳐지자 해설을 맡은 이상헌 5단 역시 "어느 순간 바둑이 굉장히 복잡해졌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 한승주 7단이 특유의 승부 호흡으로 판을 흔들고 있으나, 고근태 9단이 이를 잘 수비해내고 있는 상황. 여기서 물러난다면 패배와 직결되고, 바로 대회 탈락인 상황이기에 두 기사 모두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중요한 승부처다.

흑1, 백4, 흑7은 서로 알맞은 팻감 활용 수순. 이때 등장한 백10의 팻감이 다소 악수팻감이다. 굳이 먼저 손해 볼 이유 없이 9도 백1로 좌상귀부터 팻감으로 활용하는 편이 확실했다. 백7의 팻감을 흑이 받아준다면 좌상귀에서 먹여치는 확정 팻감이 두 개 더 추가된다. 실전 흑13은 어쩔 수 없는 손해팻감. 고육지책이다. 백이 백22의 팻감 활용 후 백24에 따낼 때 등장한 흑25의 팻감 사용이 이 바둑의 패착. 10도 흑1로 끼워서 팻감을 쓸 자리였다. 백4로 팻감을 쓴 후 따낼 때 흑7로 둔다면, 백이 A로 따낼 때 B 역시 팻감으로 사용 가능했다. 그렇게 된다면 좌변 백을 잡으러 가는 것 역시 흑의 팻감이 되기 때문에 백도 고심이 깊어질 장면이었다. 실전 백26으로 연결되자 흑이 좌변 일대를 팻감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백이 백28에 팻감을 쓴 후 따내자 흑이 팻감으로 쓸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 동시에 승부의 저울추도 백에게 기우는 모습.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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