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만 원 냈는데 수학 59점…열 받은 부모, 당당한 학원

입력
2021.05.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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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사기당해" vs 학원 "학생 실력 탓" 공방
中 사교육시장, 4년간 47%↑...100조원 육박
2030년 400조~500조원 팽창, 학원 폭리 여전


지난달 20일 중국 충칭시 샤핑바구의 한 보습학원. 고3 학생 양(楊)모군의 부모가 찾아와 “사기당했다”고 소리쳤다. 아들의 수학 성적을 높이려고 두 달 과외비로 21만 위안(약 3,600만 원)을 냈지만 모의고사에서 150점 만점에 59점을 받는 데 그쳤다. 6월 초 치러지는 대입시험(가오카오ㆍ高考)를 앞두고 절망적인 점수다. 승용차 한 대 값을 날린 셈이다.

학원 측은 당당했다. 당초 20점 초반에 불과한 점수를 30점 넘게 끌어올렸으니 할 일을 다했다고 맞섰다. 아들의 실력이 문제이지 학원비는 전혀 비싸지 않다는 말투였다. 지난해 중국 허난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자녀 두 명을 맡기고 학원비로 23만 위안(약 3,943만 원)을 냈는데 점수가 합격선을 밑돈 데다 물리 과목은 고작 2점에 그쳐 부모가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그뿐이었다.


급팽창한 중국 사교육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명문대 진학을 바라는 부모들은 돈을 쏟아 붓고 학원은 고액을 챙기는 ‘먹이사슬’이 고착화하고 있다. 중국 아이메이데이터센터가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교 12개 학년(K12)’ 학생 대상 방과후 교육 시장 규모는 2016년 3,610억 위안(약 61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5,300억 위안(약 90조8,700억 원)으로 4년 만에 47% 성장했다. 올해는 5,710억 위안(약 97조9,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 K12 온라인 교육 시장도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 884억3,000만 위안(약 15조1,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3% 규모가 커졌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공개한 ‘중국 소비 2030’ 보고서에서 중국 K12 온ㆍ오프라인 사교육 시장이 향후 10년간 매년 11% 넘게 성장해 2030년 2조5,000억~3조 위안(약 428조6,700억~514조4,1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교육 활황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랜선 강의보다 여전히 대면 수업을 선호하고 있다. 54%가 ‘오프라인을 주로 하되 온라인을 겸하는 방식’이, 30%는 ‘오프라인 방식’이 더 낫다고 응답했다.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인 사교육 관련 전문업체는 800개가 넘는다.

중국 주요 도시 가정에서는 매월 수입의 8%인 2,000위안(약 34만 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CCTV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행복생활조사'에서 중국 가정의 36%는 자녀교육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부모 심정을 이용해 수천만 원의 학원비로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했다”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학생 능력이 안 되는데 부모가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싸늘한 반응도 적지 않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