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정 논란으로 코너에 몰렸던 청와대가 '반격'에 나섰다. '화이자 백신 2,000만명 추가 공급 계약'이라는 성과를 계기로 삼아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백신 도입과 접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 문제 제기를 해도 되지 않나"라고도 했다. '경고'와 '자신감'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대국민담화를 내고 "'백신 가뭄'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작심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백신 무능' 프레임을 반박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희귀 혈전증 부작용 논란, 화이자 백신의 '부스터 샷'(효과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 접종) 필요성 제기 등으로 백신 수급 불안정 우려가 제기되며 '정부가 백신 정책이 너무 느슨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단 "차질 없는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반기 1,200만명 접종, 11월 3,600만명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당초 계획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계획이 이행되는지) 여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플러스 알파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 지연 우려를 문 대통령이 "정치화"로 규정한 것도 '계획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 상황을 놓고 한국과 외국을 비교하는 데도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의 형편에 맞게 계획을 세웠다"면서다.
미국 등 백신 개발국의 자국 중심주의를 백신의 원활한 공급을 어렵게 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짚으면서 "냉엄한 국제 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그럴 때일수록 우리도 내부적으로 단합하여 지혜롭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백신을 비교적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문 대통령은 'K-방역'이라고 봤다. 문 대통령은 "방역 모범국가라는 평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위탁생산 능력 등이 (백신 확보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또 "지금 우리 기업들은 세 종류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도 문 대통령은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27일 청와대에서 만나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노바백스 물량 확대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강한 자신감'은 화이자 백신 추가 공급 계약과 연결돼 있다. '물량 추가 확보'를 '백신 무능'에서 벗어날 기회로 삼은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방역 상황이 괜찮았기에 글로벌 제약사들과 불평등한 계약을 피했다"며 "이런 맥락 없이 지금 상황만 놓고 '왜 미국에 뒤처지냐'는 식의 비판을 받는 것이 다소 억울했던 차에 정부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계기(화이자 계약)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총리 직무대행도 대국민담화에서 '충분한 물량 확보'와 '빠른 접종 속도'를 강조하며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안전과 일상회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는 데 국민적 에너지를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