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배우 앤서니 홉킨스(84)가 영화 '더 파더'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역대 최고령 수상이다. 홉킨스가 알츠하이머(치매)로 기억을 잃는 80대 노인 역을 탁월하게 잘 소화했지만, 유력 수상 후보로 점쳐지던 채드윅 보즈먼을 홀대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보즈먼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에서 젊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를 열연했다. 더불어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 버라이어티 등 현지 대중문화매체들은 대부분 그의 수상을 전망하고 있었다.
예측은 빗나갔다. 홉킨스는 보즈먼을 제치고 '양들의 침묵'(1992) 이후 29년 만에 남우주연상을 탔다. 이번 행사는 예년과 달리 시상식 마지막에 작품상이 아닌 주연상을 배치해, 대부분의 시청자는 보즈먼 수상과 추모로 시상식이 마무리될 거라 내다봤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꼭 '왕좌의 게임' 같은 결말이라며 '보즈먼이 트로피를 도둑 맞았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퀀틴 루카스 캔자스시티 시장은 SNS에 '홉킨스를 존경하지만, 아카데미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글을 올렸다.
행사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화평론가 댄 머렐은 미국 일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새 쇼의 구성은 정말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촌평했다. 홉킨스가 행사에 불참하면서 시상식이 공교롭게 휑하니 끝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윤여정과 동갑내기 배우인 글렌 클로스와 아카데미와의 악연은 계속됐다.
'힐빌리의 노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클로스는 이제껏 총 여덟 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됐지만, 결국 이번 트로피도 양보해야 했다. 윤여정은 "클로스가 있는데 어떻게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겠냐"며 "오히려 전 그분의 훌륭한 연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며 동료 배우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