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 부족 민낯 봤다"… 광주환경공단 노조, 이사장 퇴진 촉구

입력
2021.04.26 10:49
'횡령' 혐의 김강열 퇴진운동 나서
이용섭 시장에 특단 조치도 요구

광주시 산하 공기업인 광주환경공단 노동조합(노조)이 김강열 이사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이사장이 조직 수장이자 최고경영자로서 자질 부족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판단해서다.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어 "김 이사장은 공단을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자진 퇴진하라"고 압박했다. 김 이사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업무상 횡령 등 각종 비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직원들에게 "내부 고발이 이어져 수사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공단을 민영화시키겠다"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노조는 "공단 민영화는 직원들 생존권과 직결된 민감한 부분"이라며 "김 이사장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부 입막음용으로 민영화를 들먹이며 직원들을 협박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특히 노조는 "하수종말처리장과 위생매립장 등을 관리·운영하는 광주환경공단은 공공에서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공적 영역으로 민영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며 "그런데도 환경단체 대표 출신인 김 이사장이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민영화 발언을 한 데 대해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얼마 전 "민영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노조에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김 이사장은 최근까지도 '본인 신변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경우 민영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노조가 뒤늦게 김 이사장의 공단 민영화 발언을 소환해 '사퇴 몰이'에 나선 데는 그동안 김 이사장과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최근 경찰 수사 결과로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김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단 경영의 미숙함과 독단적 운영을 보여왔다"며 "김 이사장이 7개월간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공단 직원들이 피의자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고, 공단은 이미지 실추 등 안팎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14일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이사장은 시민생활환경회의 대표로 활동(2012년 5월~2015년 5월, 2018년 2월~2019년 1월)할 당시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정관을 어기고 급여 등으로 1억 원 가까이 받아챙겼다.

노조는 인사권자인 이용섭 광주시장의 결단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김 이사장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사적인 사건에 공적 자원 소모도 예상된다"며 "시민들의 환경권 낭비 방지와 공단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김 이사장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줄 것을 이 시장 면담을 통해 강력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3월 "공공기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자라고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경과보고서를 무시하고 김 이사장 임명을 강행한 이 시장의 인사 실패를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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